[기자수첩] 새벽배송 금지? 그럼 3교대는요?

2025-11-18     이소라 기자

두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새벽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고?

공산주의 사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사상으로 국가를 세우고, 자본주의 아래 성장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025년에 나온 이야기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새벽배송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근거는 너무나 빈약하다. 새벽배송을 하던 택배 종사자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그들의 건강 및 기본권 보호를 위해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다. 참, 황당한 이야기다.

새벽에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새벽에 일하는 사람이 어디 택배원들 뿐이겠는가. 새벽배송이 없었던 1970년대도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은 넘쳐났다. 3교대를 하고 있는 간호사, 의사, 소방관 심지어 새벽에 영업을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조차도 새벽에 일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 피곤함을 호소하지만, 지금까지 새벽 근무를 반대하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왜 새벽배송만을 걸고 넘어질까.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새벽배송 택배 종사자들을 위한 목소리일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들은 왜 택배원들의 피곤함에만 집중하는가. 새벽에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만약 그들이 진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이같은 주장을 내세웠다면 편의점의 새벽 영업도 막아야 할 일 아닌가.

하지만 유독 '콕'집어 새벽 배송만을 막겠다고 하니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일각에서 쿠팡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억지 주장을 이어가니, 이런 오해도 받는 것 아닌가. 

더 중요한 사실은 현장 택배기사들의 93%가 민주 노총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층은 현장 이야기에는 귀를 막고 있나보다. 

기자의 지인은 쿠팡맨이다. 그는 일주일에 3일 새벽 배송을 한다. 그가 말했다.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고. 제발 좀 막아 달라고.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오히려 힘없는 택배기사들의 권리를 막고 있다고. 그들도 요즘 모이면 민주노총의 어이 없는 행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민주노총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진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 아닌, 그들 역시 또 하나의 기득권이 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기 무덤 판 격이다. 이제 이런 억지 주장은 그만할 때다. 제발 진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고민을 하길 바란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