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AI 시대, 당신의 무기 '휴먼 코드'를 발견하라

2025-11-18     허준 편집장
/사진=더스퀘어 제공

챗GPT 열풍 이후, 우리는 AI를 잘 쓰는 법에 몰두해왔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기업 AI 프로젝트는 40% 이상 중단되고, 개인은 기술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잡  허깅'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AI 관련 관심과 투자는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불안과 피로가 함께하는 이 역설의 시대. 저자는 "AI를 활용하는 능력(리터러시)도 중요하지만, 인간 고유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휴먼 코드(Human Code)'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AI의 빠른 진화와 그로 인한 경제·사회 변화상을 생생하게 짚어가며, 그 속에서 우리들 각자는 삶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설계해야 할지, 일·감각·관계·소유·사회 5가지 관점에서 그려간다. 국내외 리더 55인과 나눈 100시간의 대화를 녹여냄으로써 지루한 기술서나 보 고서와 달리, AI 시대의 구체적인 생존법을 전방위로 탐색한다.

AI 시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은 크게 두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툴 사용법·업무 자동화 등의 실용적인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바꿀 경제 지형과 산업 구조에 대한 전망이다. 이 두 관점 모두 인간이 '대체될지 말지'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대보다 오히려 초조함과 혼란을 느낄 뿐, 정작 '그래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가'라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AI가 아닌 ‘나’를 중심에 다시 세우는 전략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워싱턴대학 경영대 교수를 거쳐 AI 관련 스타트업의 창업가로, AI 기술과 우리 조직·사회 변화 의 교차점을 다방면으로 연구해왔다. 이 책에서는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기본 역량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준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차별화된 가치를 기준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계급을 4단계로 설명한다. 이는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아비투 스(Habitus)' 개념을 AI 시대로 가져온 것이다.  

1단계는 ▲AI 종속자다. 질문이나 비판 없이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기술의 판단을 진리로 착각하는 사람들. 이들은 기술에 의존한 채 주도권을 잃는다. 2단계는 ▲AI 불균형자다. 리터러시만 있거나, 취향만 있는 사람이다. 원리는 알지만 감각이 없고, 감각은 있지만 논리가 없다. '어떻게'와 '왜'가 분리되어 있는 절반의 인간인 셈이다. 

3단계는 ▲AI 균형자다. 기술의 구조를 이해하면서도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효율보다 방향을, 정답 보다 의미를 중시하며 AI를 파트너로 삼는다. 마지막 4단계는 ▲AI 경계 파괴자다. AI를 '활용' 수준을 넘어, 놀이와 실험의 도구로 삼아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한다. 주어진 규칙을 따르지 않고, 그 규칙이 만든 세계관을 해석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문화자본은 AI 리터러시와 취향인 셈이다. 딥페이크를 가려내는 눈, AI가 쓴 글을 직 감적으로 알아채는 감각, 평균값을 거부하고 독자적 판단을 유지하는 독립성, 알고리즘을 역이용해 예상치 못 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의력. 이것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아비투스'를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AI 종속자로 남을지, 아니면 균형자를 거쳐 경계 파괴자로 나아갈 것인지를 묻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일, 감각, 관계, 소유(부), 사회'로 이어지는 다섯개 파트에서 AI 시대 새로운 삶의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며 다양한 산업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55명의 리더 및 실무자들과 약 100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눴다. 실리콘밸리, 워싱턴,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 세계 곳곳의 AI 연구자·경영자·투 자자·교육자·예술가·정책가들과 함께 기술의 현장에서 포착한 인간의 고민과 전략을 담았다.

AI 시대의 미래를 과장하는 마케팅 언어나,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암울한 스토리를 모두 걷어내고,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택지와 그 결과를 현실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AI는 이제 우리 세계의 새로운 언어이자 질서가 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그 위에서 사고하고, 일하고, 관계를 맺는다. 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이제 기본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술의 주도권을 쥐고서 인간 고유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휴먼 코드'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독자들과 함께 그 답을 찾아간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