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TPU'와 '제미나이' 손에 쥔 구글, 새로운 'AI 황제주' 등극?

2025-11-25     남도영 기자
구글 클라우드 7세대 TPU 아이언우드 /사진=구글 클라우드 제공

'검색 황제' 구글이 새로운 'AI 황제'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은 AI 모델 '제미나이'로 라이벌 '챗GPT'를 흔들고 있으며, 자체 AI칩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으로 엔비디아의 아성마저 위협하고 있다. AI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완벽한 진용을 갖춘 구글의 '풀스택' 전략이 힘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메타도 TPU 쓴다? 엔비디아 아성 위협하는 구글

25일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던 TPU를 메타 등 대형 고객의 데이터센터에 직접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메타는 2027년부터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통합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이르면 내년에 구글 클라우드에서 TPU를 임대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AI 인프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메타는 지금까지 주로 엔비디아 GPU를 사용해왔다. 메타 역시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칩 'MTIA'를 개발해온 만큼, 이번 계약이 성사된다면 구글 TPU의 한 발 앞선 역량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7세대 TPU '아이언우드'는 6세대 '트릴륨' 대비 4배, 2023년 내놓은 5세대 제품 대비 최대 10배의 성능 향상을 이뤘다. 또한 하나의 시스템에 아이언우드 칩 9216개를 연결할 수 있어 데이터 처리의 병목 현상을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글은 대형 금융 기관 등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온프레미스에 TPU를 구축하면 민감한 데이터 보안과 규정 준수 요건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행보를 통해 구글 클라우드는 엔비디아 연간 매출의 최대 10%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거품론' 불식시킨 구글

최근 TPU가 주목 받는 이유는 구글이 최근 '제미나이 3'를 선보이며 이 칩으로 훈련하고 추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AI 인프라 확장에 가장 큰 부담이었던 엔비디아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장은 구글에 열광 중이다.

/사진=네이버

최근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AI 거품론'으로 기술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겪고 있는 가운데, 구글 주가는 올해 들어 약 67%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Class A)는 6.31% 급등한 318.58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 돌파를 이어갔다. 구글에 대한 기대감은 자체 칩(ASIC)과 관련한 브로드컴(11.1%), TSMC(3.48%), ASML(2.2%) 등 반도체주도 함께 반등시켰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시가총액은 3조8420억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3조5270억달러)를 제치고 3위에 올라섰으며, 2위 애플(4조970억달러)을 바짝 쫓고 있다.


'풀스택' 역량 발휘...과감한 투자 이어진다

구글이 최근 선보인 제미나이 3는 추론 및 멀티모달 기능을 크게 강화하며 '챗GPT', '그록' 등 경쟁 모델을 앞선 성능을 보여줬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조차 제미나이 3에 대해 "이제 우리가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당분간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할 정도로 업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구글 제공

구글은 제미나이 3를 선보이며 곧바로 AI 검색엔진에 적용했다. 구글이 AI 모델 출시와 동시에 검색을 비롯한 자사 핵심 서비스 전면에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AI 칩과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AI를 위한 전체 생태계를 자체 기술로 채운 구글의 풀스택 역량이 자신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 삼아 구글은 더 과감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아민 바흐다트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은 지난 6일 전사 회의에서 발표한 'AI 인프라' 보고서를 통해 "이제 우리는 6개월마다 컴퓨팅 용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며 "4∼5년 뒤에는 1000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비용과 전력·에너지로 1000배 높은 용량과 컴퓨팅,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물리적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자체 개발한 AI 칩 성능 개선으로도 처리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및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AI 과잉 투자 우려에 대해 "클라우드 실적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지만 컴퓨팅 자원이 더 많았다면 수치가 더 높았을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는 투자 부족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