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결제를 한 번에...두나무·네이버, 한국판 코인베이스·로빈후드 노린다

2025-11-25     서미희 기자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정책 콘퍼런스 '디콘(D-CON) 2025'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두나무가 네이버와 손잡으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 글로벌 거래소와 핀테크 기업의 성장 전략을 닮은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두나무가 지향하는 핵심은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사례처럼 '사용자 기반 확대'와 '금융·결제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와 네이버는 오는 27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 비전과 사업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날인 오는 26일에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한다.

두나무와 네이버의 통합은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처럼 투자자 친화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눈에 띈다. 코인베이스는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이용자 신뢰를 확보했다. 로빈후드는 모바일 중심, 직관적 UI로 일반 대중도 쉽게 주식·가상자산 투자에 접근하게 했다. 

로빈후드는 수년 전부터 주식과 디지털자산 거래를 통합 제공하며, 지난 2분기 기준 디지털자산 거래량과 중개 수익이 전년 대비 급증해 회사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두나무 역시 네이버와 결합해 장기적으로 초보자도 쉽게 접근 가능한 투자·결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가 네이버와 손잡으며 기대하는 첫 번째 효과는 플랫폼 확장을 통한 이용자 기반 확대다. 코인베이스는 거래 중심 플랫폼에서 글로벌 결제·투자 서비스로 확장하며 성장했다. 로빈후드는 주식·가상자산·금융 상품을 한 플랫폼에 결합해 이용자 충성도를 높였다. 두나무 역시 네이버의 결제, 쇼핑, 콘텐츠 플랫폼과 결합해 '생활 속 금융'으로 확장하려는 복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기반 통화 안정화를 통한 시장 신뢰 확보도 관건이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모두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사용자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두나무도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거래·결제 안정성을 확보, 투자자·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노릴 것으로 보인다. 원화스테이블코인은 쉽게 말해, '1코인 = 1원'으로 고정된 디지털 돈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 법정 화폐인 원화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코인인 것.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안정적인 코인이라 걱정 없이 거래하고 결제할 수 있다.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각사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지난 19일 업비트 디콘(D-CON)에서 디지털자산 산업의 대표적 혁신 사례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결제 혁신과 자산 토큰화를 통한 자본시장 디지털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투자 전략 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오경석 대표는 당시 "디지털자산 혁명은 금융 작동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일상의 변화는 오경석 대표가 '디지털자산 혁명'으로 명명한 것 처럼 기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 계좌 없이 앱 내 송금·결제 가능, 가격 급변 위험 감소, 네이버 쇼핑·콘텐츠 결제와 연결 가능 등와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예건대 쇼핑을 하거나 웹툰을 볼 때도 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환전 과정 간소화, 규제 대응 용이, 새로운 결제·투자 서비스 개발 가능 등의 이점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두나무는 코인베이스, 로빈후드가 걸어온 글로벌 성장 패턴을 국내에서 재현하면서, 네이버라는 대규모 플랫폼과 결합해 투자·결제·콘텐츠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만들 것으로 점쳐진다. 단순 거래소를 넘어 실생활 금융과 연결된 디지털자산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전략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상용화 그리고 자산 토큰화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자본과 기회의 재편에 있다. 거래 장벽이 낮아지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하나의 디지털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국내 자본시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네이버와 손잡은 두나무가 펼쳐갈 '디지털자산 혁명'에 기대가 모아진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두나무와 네이버가 추진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결제와 송금 구조에서 달러화 중개 비용과 환율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두 기업의 강점을 결합하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를 국내 이용자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나무와 네이버 합병은 국내 '슈퍼앱' 모델을 넘어,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