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더해 '40조 핀테크' 초읽기...두나무 송치형, '서울대 선배' 이해진 손 맞잡은 이유는

2025-11-25     이수호 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왼쪽)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각사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포함한 빅딜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전략과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대외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 왔던 송 회장이 네이버와의 '일등 연합'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웹 3.0 시대의 금융 패권'을 선점하려는 야심찬 행보로 풀이된다.

양사는 오는 27일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통합 비전과 사업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전날인 오는 26일에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안을 의결한다. 이날 행사에는 이 의장과 송 회장 외에도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 오경석 두나무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및 양사 CFO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기업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약 15조원으로 평가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지분 약 70%를, 두나무는 송 회장이 약 25%를 보유하고 있다. 대략 1대 3 비율로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송 회장(약 19%)을 포함한 두나무 경영진이 합병 법인 지분 약 28%를 확보하고, 송 회장은 최대주주에 오른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네이버는 17% 수준으로 지분율이 희석돼 2대 주주가 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개인적 신뢰도 이번 딜의 중요한 배경으로 꼽는다. 이미 이 의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피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한국 인터넷 생태계를 이끌 차세대 인재 발굴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길을 찾지 못한 송 회장과 이미 글로벌에서 성공 경험을 갖춘 이 의장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두나무는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 등 해외 메이저 거래소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한국 특유의 시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외 코인 거래소 상당수는 출시 초기부터 거래소 사업 뿐 아니라 런치패드(신규 프로젝트 인큐베이팅), NFT, 스테이킹,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등 다양한 웹 3.0 인프라와 금융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구축했다. 과도한 국내 규제를 받고 있던 두나무는 이에 비해 거래 수수료 중심의 사업 영역에 머물렀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차별화된 킬러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기업 최초로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기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 이는 성장의 훈장이 아닌 '규제의 족쇄'로 작용했다. 대기업 지정으로 신사업 확장 및 투자에 규제를 받게 되었고, 특히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금융 분야 신사업 진출에 대한 제약이 컸다.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간판을 활용함으로써 가상자산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규제 부담을 덜고, 신규 금융 사업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우회로'를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즉 단순 거래중개를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네이버라는 '우산'이 필요하다는 것. 기존 두나무 주주들 역시 나스닥 상장 등 더 큰 꿈을 네이버 간판을 달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당장 양사는 글로벌 확장 및 웹 3.0 금융 플랫폼 선점 시나리오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송 회장에게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웹 3.0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추후 국내 3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페이의 결제 네트워크와 네이버의 전 국민 플랫폼 파워를 활용, 두나무의 가상자산 인프라를 '생활 속 금융'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양사의 결합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이를 매개로 한 결제/금융/블록체인 서비스 통합의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꼽힌다. 

송 회장은 네이버라는 든든한 배경과 인프라를 등에 업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려는 공격적인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단순한 거래소 운영을 넘어, 실물자산 토큰화(RWA), 증권형 토큰(STO) 등 미래 금융 기술로의 진화를 가속화하고, 웹 3.0 시대를 대비하는 한국형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시대적 위기감과 변화의 시기에 큰 사업 기회가 있다는 이해진-송치형 두 사람의 창업 철학이 맞물린 결과"라며 "네이버는 AI 및 로봇 등 미래 기술에 수조 원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두나무의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수혈받아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두나무는 규제 장벽과 '우물 안' 한계를 네이버의 안정적인 금융 간판과 거대한 플랫폼 인프라로 빠르게 돌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