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머쓱해진 IT기업 주 52시간제... 재택-유연근무 자리 잡았다
시간보다 결과물과 성과로 평가하는 근로문화 자리잡나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주요 IT 기업들이 일제히 재택 유연근무제로 전환하면서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기존 근로체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근로 장소와 시간을 정해둔 기존 주52시간제와 달리, 재택근무와 자유로운 출퇴근을 통해서도 업무 효율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시간보다 결과물과 성과로 평가하는 근로문화가 더욱 빠르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출근해도 시간 다르게, 각자 일해라!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이날부터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전직원 출근을 결정했다. 다만 임산부 등 배려가 필요한 직원은 선별적 재택근무를 이어간다. 지난 2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넥슨은 지난달 9일부터 13일까지 정상출근하다, 다시 지난달 16일부터 재택근무로 전환한 바 있다. 다만 넥슨은 임직원 출근 시간을 낮 12시로 결정했다. 혼잡 시간대를 피해 출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오는 9일부터 주 1회 순환출근을 결정했다. 조직별로 출근하는 요일을 주 2회 정해 그 중 하루만 출근하고 나머지 4일은 원격근무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임산부나 기저질환자, 개학이 연기된 자녀가 있는 직원, 해외방문자 등은 기존대로 전일 재택근무를 시행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9일부터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주 4일 근무제를 공식화했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한다. 이와 동시에 전면적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해 직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출퇴근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다만 임산부와 기저질환자는 재택근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NHN 또한 오는 10일까지 재택근무를 이어가되, 월요일과 목요일은 자율적으로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넷마블은 지난 2월부터 한달 넘게 이어온 재택근무를 코로나19가 안정화될 때까지 당분간 연장하기로 했다.
"근무 차질 크지 않아" 인터넷 게임업계 한목소리
재택근무를 비롯 자율 출퇴근제가 속속 정착되고 있지만, 서비스 출시 및 제품 납기일에 큰 차질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내 인터넷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용 메신저와 협업툴, 업무용 솔루션 등이 워낙 많고 IT 업계의 특성 상, 온라인 업무 협업도 활발해 큰 문제 없이 재택근무가 이뤄지는 중"이라며 "대면업무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적지 않아, 전면 재택근무는 불가능하지만 코로나19가 잦아들어도, 이같은 근로체계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재택근무로 인해 개발 및 출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업무 효율이 더 상승하는 부서도 있다"며 "재택 근무에도 차질없이 업무 생산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및 자율 출퇴근제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재택근무를 진행 중인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새로운 근무방식에 대한 만족도 관련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9% 이상이 '매우 만족' 또는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업무 효율성에 있어서도 '매우 효율적' 또는 '효율적'이라는 답변이 78.2%에 달했다. '비슷하다'는 응답도 16.3%를 차지해 95%가량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택근무의 가장 큰 장점으로 출퇴근 시간 스트레스 감소(39.8%)가 꼽혔다. 일의 생산성/효율성 향상(23%), 불필요한 대면업무(회의, 보고 등)를 줄일 수 있는 점(16.7%)이 뒤를 이었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등이 속속 자리를 잡으며 일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중"이라며 "관련 기업용 솔루션 B2B 시장도 덩달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