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만 있냐 우리도 있다...다시 뛰는 토종 '업무용 협업툴'
코로나19 확산으로 '업무용 협업툴' 확산 일반 메신저 보다 자료 관리·보안 등 강점 외산 '슬랙·팀즈' 대항 다양한 토종 플랫폼 활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라는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업무용 협업 도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얼굴을 맞대고 처리하던 일들을 모두 온라인에 옮겨오면서 '카카오톡' 등 일반적인 메신저만으로는 개인 사생활과 업무시간의 분리, 근태 관리, 자료 전송 및 보안, 프로젝트 관리 등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톡이랑 다른 게 뭔데
업무용 협업 도구는 메신저를 비롯해 프로젝트 관리나 일정 공유, 문서 관리 등 조직원 간 협업을 위한 기능들을 모아 놓은 솔루션이다. 카톡 대신 업무용 협업 도구를 도입하면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시킬 수 있고 보안성도 강화할 수 있다. 또 자료를 클라우드에 올려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서비스에 따라 그룹웨어와 연계해 근태관리나 전자결제 등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기업용 협업 도구 '팀즈'는 업무용 PC라면 대부분 설치돼있는 'MS 오피스'와 연동할 수 있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활용이 크게 늘었다. 팀즈는 온라인상에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문서를 공유하거나 공동 편집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MS가 내놓은 '원격근무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팀즈를 활용한 화상 커뮤니케이션은 3월에만 10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팀즈 화상회의 사용시간은 하루 27억분에 달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업무용 협업 도구는 미국 슬랙테크놀로지의 '슬랙'이다. 주로 IT 개발자들이나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던 슬랙은 최근 슬랙테크놀로지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내달 한국어 버전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알만한 사람만 쓰는' 솔루션이었다면, 앞으로는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슬랙은 전세계 150개국 50만개 기업에서 하루 1200만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1위 서비스다. 프로젝트별로 나눠 일정이나 파일 등을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구글 캘린더나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화상 회의 솔루션 '줌' 등 다양한 솔루션을 앱 형태로 다운받아 연동해 쓸 수도 있어 확장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국내 기업 환경을 잘 아는 토종 솔루션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해외 솔루션이 레퍼런스는 화려하지만 국내 업무 환경에는 아무래도 '현지화'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인 업무 환경에서는 국내에서 개발한 토종 솔루션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국내에도 이미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의 '라인웍스', NHN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토스랩 '잔디' 등 다양한 업무용 협업 도구가 존재한다. 이런 국산 솔루션은 주 52시간 근로제 등 국내 기업 실정에 맞는 기능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해당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를 택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 솔루션을 한시적으로 무료로 풀고 있어 시험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다.
라인웍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 도입 기업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었다. 웍스모바일은 특정 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누구나 최대 200명까지 화상회의에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라이트 상품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라인웍스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대비 다자간 영상통화는 28배, 음성통화는 25배, PC화면 공유는 15배 이상 늘었다.
라인웍스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일본에서 라인웍스는 메신저 기반으로 본사와 현장과의 연계가 잘 이뤄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업 중심의 기업이나 프렌차이즈는 물론이고 병원에서도 활발하게 쓰인다.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는 메신저, 메일, 캘린더, 드라이브 등 업무 협업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갖춘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이다. 최대 6자간 화상 통화를 진행할 수 있으며, 화상 연결 시에도 PC 화면 공유 및 화이트 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두레이의 모든 서비스는 PC와 모바일에 자동 호환되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이 어떻게 협업 솔루션을 활용하는지 궁금하다면 삼성SDS의 '넥스오피스'를 주목할 만하다. 이 메신저는 민감한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간략화한 것이 특징이다. 또 대화 중 별도 장비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탭 한 번으로 음성·영상·화면을 공유할 수 있다.
카카오도 기업용 메신저 준비 중
기업들이 업무용 협업 도구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카톡'과 업무의 분리다. 이에 카카오도 카카오톡과 별개의 기업용 메신저 '카카오 워크'를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 워크는 현재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개발 중이다.
카카오 워크는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톡 사용환경을 바탕으로 업무와 사생활을 분리한 게 특징이다. 또 사내 주요 시스템을 연동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고, 기업 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관리 기능과 강력한 보안 환경을 제공한다.
카카오 워크는 현재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가 만든 기업용 메신저인 만큼 업계의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근무가 일상화 되면서 업무용 협업 도구가 개인 메신저를 대체하며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