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금융IT 강자' IBM, 금융 클라우드 시장 정조준
'정책 프레임워크' 통해 보안·규제 준수 부담 덜어 메인프레임과 동등한 수준의 데이터 보안 제공 BOA, BNP파리바 등 글로벌 주요 금융사와 협업
한때 고성능 서버 '매인프레임'을 기반으로 금융IT 분야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IBM이 금융에 특화된 클라우드로 재도약에 나선다.
29일 힐러리 헌터 IBM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한국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금융 서비스용 IBM 클라우드를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퍼블릭 클라우드 플랫폼을 공동 구축한 IBM은 최근 유럽과 일본의 대표 은행인 BNP파리바, 미쓰비시UFG 은행과도 손을 잡으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에선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지만, 오랜동안 입지를 쌓은 금융, 통신 등 규제 산업 분야에선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한 무기로 최근 IBM은 금융 시장에 특화된 클라우드를 제공하기 위해 'IBM 클라우드 정책 프레임워크'를 선보였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가장 부담을 갖는 보안이나 규제, 규정 준수에 대한 부담없이 주요 애플리케이션과 워크로드를 IBM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도록 특화된 관리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IBM 클라우드 정책 프레임워크에는 BOA 등 금융 파트너를 비롯해 글로벌 금융 서비스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업체인 프로몬토리가 참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IBM은 하워드 보빌 IBM 클라우드 수석 부사장이 이끌고 토니 케리슨 뱅크오브아메리카 CTO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프레임워크가 최신 산업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헌터 CTO는 "정책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금융기관이 퍼블릭 클라우드를 자사 요건에 맞게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은행에서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보안 관련 내용을 평가하는 데만 통상 12~24개월이 걸리던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M은 금융 클라우드의 핵심인 보안과 데이터 보호에 있어서도 메임프레임과 동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클라우드 인프라(IaaS)와 플랫폼(PaaS)는 물론, 그 위에 작동하는 소프트웨어(SaaS)까지 IBM이 직접 보안성을 보증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IBM은 현재 30여 개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금융 클라우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IBM은 금융 클라우드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전 세계 수천명의 연구원을 보유한 IBM 연구소의 최신 클라우드 기술를 공유하는 'IBM 연구소 클라우드 이노베이션 랩'도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IBM이 금융 분야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와 데이터 보안 역량,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오픈소스 기술 등을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헌터 CTO는 "IBM 금융 클라우드는 금융 클라우드는 금융 파트너와 IBM의 보안 조직 등 금융 산업에서 요구하는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요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들이 공동 설계했다"며 "클라우드 데이터 보호에 있어 가장 높은 수준의 인증을 확보했고 고객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IBM의 강점은 수십년간 규제가 강한 은행, 보험, 통신 등의 영역에서 역량을 구축해왔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전략은 이런 규제 산업에서 쌓은 역량과 고객 수요를 퍼블릭 클라우드에 계속 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IBM 측은 국내 금융사들과도 활발한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한국IBM 전무는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을 통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고 현재 국내 금융사와 금융보안원 안전성평가를 협의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 등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활용과 해외 진출, 보안 등의 수요에 따라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정책 프레임워크가 나오면서 금융지주 쪽에서 은행, 보험, 증권 등 계열사별 업무를 완성된 프레임워크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일관되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얘기해온 점과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면서 동시에 보안을 오래 개발해 직접 제품으로 공급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