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배송' 탑재한 네이버…'물량경쟁' 앞서가는 CJ대한통운 '윈윈'
국내 1위 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한 네이버가 26일 30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게 되면서 당장 기대되는 것은 빠른 배송이다. 오픈마켓으로 진화를 꿈꾸는 쿠팡과 비교해 네이버가 유독 약한 분야가 바로 배송이기 때문이다.
'대출' 이어 이번엔 '배송'…강해진 SME 지원+글로벌 진출 가능성 UP
네이버는 거래액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세가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석달간 신규 스마트스토어 창업수는 전분기대비 45% 이상 증가한 상태다. 네이버쇼핑의 핵심 경쟁력은 간편결제와 포인트다. 다만 빠른 배송이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각되는 만큼, 네이버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7월 이륜배송차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240억원)를 시작으로 우아한형제들(350억원)에 이어 지난 3월 이후 물류스타트업 위킵(25억원)과 두손컴퍼니(비공개), 신상마켓(비공개), FSS(비공개)에 연이어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사가 대략 30만개에 이르는 만큼, 앞서 투자한 기업들로는 물량 소화가 불가능하다. 이에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아 영세 판매자들의 상품을 모으고 이를 네이버의 감독 하에 처리, 배송하기 위한 풀필먼트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e-풀필먼트 사업 또한 가능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현재 마켓플레이스에 결제와 풀필먼트, 배송 등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으나 향후 해외 직구와 역직구 등 크로스 보더로 확장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 구축해 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투자한 동남아 택배 네트워크나 포워딩 부문 등을 네이버에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CJ대한통운, 1위 넘어 압도적 배송사업자로 눈도장
사실 네이버쇼핑과 CJ대한통운의 파트너쉽은 풀필먼트(Fulfillment)를 매개로 연초부터 가시화됐다. LG생활건강 등 대기업 브랜드가 밀집한 브랜드스토어의 빠른 배송 파트너로 CJ대한통운을 택한 것.
네이버 입장에선 브랜드스토어 입점사가 증가하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파트너십이 급증하면서 대형 물류업체와의 협력이 절실했다. 이에 CJ대한통운은 곤지암 허브터미널을 통해 이미 갖춰놓은 지상 2~4층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약 3.5만평)에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입점사인 LG 생활건강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앞으로 네이버쇼핑 브랜드스토어 입점사들이 대거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센터로 진입할 전망이다. 곤지암 허브터미널을 이용한 풀필먼트 처리 가능 물량은 연간 2600만 박스(CJ대한통운 택배 물동량의 1.5% 내외) 수준이나 이 공간이 예상보다 빨리 차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추가 확장 가능성이 크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곤지암 허브 터미널의 풀필먼트 센터가 워낙 대규모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대형 화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 물동량이 거의 차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가 강화될 경우 다양한 규모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