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첫단추...LoL 이적 시장 불 붙었다

2020-11-05     이소라 기자

매해 11월만 되면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임단에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1년 동안의 성적을 토대로 선수들 및 코칭스태프와 재계약을 논의하는 시점이기 때문이죠. 성적이 좋았던 팀은 대부분 재계약에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은 리빌딩에 정신 없는 한달을 보냅니다.

올해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른 양상입니다. 사실 대부분 리빌딩이나 이적 시장은 선수들에게 관심이 몰리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에 시선이 몰리고 있습니다. 계약 해지 소식에서도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프랜차이즈 앞둔 팀들의 고민


내년부터 프랜차이즈로 리그가 치러지기 때문에 사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팀들이 장기적으로 팀 운영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사무국과 합이 잘 맞는 코칭스태프 구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혹자는 게임을 선수들이 하는데 감독과 코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팀과 감독이 불화가 있거나 잘 맞지 않으면 그 팀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습니다. 감독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 선수단과 사무국의 가교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내적으로는 코치가 선수들을 돕는다면 게임 외적으로 선수들을 돕는 일은 감독이 주로 담당합니다.

감독은 선수들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선수단이 필요한 것들이나 요구사항 등을 사무국에 전달하고, 때로는 그들을 설득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만약 감독이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수단과 사묵국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오해와 갈등이 쌓이게 됩니다. 

프랜차이즈 팀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부정적인 여론입니다. 만약 구설수에 한번 휘말려 팀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한다면 게임단은 존재의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감독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죠.

물론 성적을 잘 내주는 감독도 중요하지만 프랜차이즈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 팀들은 선수단을 잘 관리하고 갈등을 풀어주면서도 팀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감독 선임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장에 쏟아진 특급 감독들과 빈자리


우선 프랜차이즈 팀들 중 감독이 공석인 팀이 눈에 띕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가지 못한 팀들은 일찌감치 감독과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최초의 외국인 감독과 계약을 종료했고 T1도 김정수 감독과 이별했습니다. 아프리카 프릭스 역시 오랜기간 팀과 함께 한 최연성 총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T1과 결별한 김정수 감독/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롤드컵에 진출했던 젠지e스포츠도 최우범 감독과 결별한 뒤 주영달 감독대행 체제를 유지했죠. 롤드컵에는 갔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기에, 젠지e스포츠 역시 이번에는 감독을 선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빈자리만큼이나 특급 감독들도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T1을 롤드컵 3회 우승시킨 김정균 감독도 중국 팀과 계약을 종료했으며 젠지e스포츠와 결별했던 최우범 감독, 김정수 감독, 최연성 감독, 김목경 감독 그리고 중국 징동게이밍에서 활약했던 윤성영 감독도 눈에 띕니다. 

가장 먼저 감독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샌드박스 게이밍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챌린저스 승격 동기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담원게이밍 전(前)감독인 김목경을 선임했다는 사실이죠. 아마도, 담원의 기적 스토리를 샌드박스도 함께 쓰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브리온e스포츠도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다 코치와 감독까지 경험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고 2017년 롤드컵을 우승시킨 최우범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선수 생활을 같이 했던 박정석 단장과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느껴집니다. 


모두의 눈이 쏠린 T1 코칭스태프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곳은 공석인 T1 코칭스태프 자리입니다. T1은 롤드컵 진출에 실패한 뒤 일찌감치 김정수 감독과 결별했고 코치와 전략 코치 등과도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코칭 스태프를 완전히 새롭게 셋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워낙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T1 서포터 '에포트' 이상호의 개인 방송 화면에 '내년 시즌을 같이 하게 될 최성훈 감독님과 LS 코치님'이라는 이야기가 나간 뒤 소문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죠.

전 T1 김정균 감독/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최성훈은 스태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로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프로게이머와 학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해 스타크래프트2 팬들에게는 전설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습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T1은 엄청난 모험을 하는 셈입니다. 감독 경험도 없고 LoL에서는 더더욱 경험이 없는 사람을 감독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아직은 소문이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이적시장


프랜차이즈에 실패한 LoL 팀들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조만간 우선협상을 시작합니다. 감독이 공석인 팀들이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보다도 이적시장은 더욱 빠르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우선은 코칭스태프 라인을 먼저 꾸리겠다는 팀들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기에 11월 초부터 이적시장은 후끈 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소식과 함께 속속 감독 영입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확실한 것은, 감독 선임이 프랜차이즈 시작의 첫단추라는 사실입니다. 감독 자리가 공석인 많은 팀들이 과연 누구를 영입해 어떤 색으로 팀을 칠하게 될지, 너무나 궁금해 집니다. 팬들은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이적시장을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