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B2B' 밀었지만... 코로나19에 희비갈린 이통3사 3분기 성적표

2020-11-06     김경영 기자
구현모 KT 대표(왼쪽)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가운데),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 /캐리커쳐 = 디미닛

#'4.5:3:2.5'로 시장 재편

#코로나19에 울고 웃었다

#탈통신으로 신사업 다각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올 3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도 불구 전년 동기 대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KT는 코로나19로 부동산 사업 등 자회사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같은 기간보다 줄어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7% 증가한 4조7308억원, KT는 3.4% 감소한 6조12억원, LG유플러스는 14.4% 증가한 2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각각 SK텔레콤 3615억원, KT 2924억원, LG유플러스 2512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9.7%, 60.6% 늘었지만, KT는 6.4% 감소했다. 


5G 시장 점유율 '4.5:3:2.5' 재편


그간 LTE 시장에서 '5:3:2(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고착화된 이통사의 점유율이 5G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LG유플러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4.5:3:2.5'의 비율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 무선통신(MNO) 1위 사업자였던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소폭 낮아지면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로 점유율이 일부 넘어간 모양새다. 

5G 가입자는 이통3사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5G 가입자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 426만명, KT 281만명, LG유플러스 217만명이다. 구체적 비율로 따지면 각각 46.1%, 30.4%, 23.5% 순이다.

이는 보조금이나 요금제를 보고 통신사를 선택하던 이용자들이, 5G 시대로 넘어오면서 상향 평준화된 통신 품질과 틀에 박힌 요금제, 지원금 평준화 등으로 다른 통신사 선택 기준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통사가 정체된 통신을 넘어 '콘텐츠'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넓힐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SK텔레콤과 KT의 무선사업 매출은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LG유플러스는 큰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고객 층을 세분화해, 타깃별로 서로 다른 혜택을 강화한 요금제 출시 등이 이용자들에게 어필한 결과로 보인다.


미디어 사업 부문 경쟁 치열해진다


특히 미디어와 IPTV 분야에서 이동통신 3사의 매출이 모두 오르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로 집에서 미디어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이통3사 모두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이통3사 중 미디어 부문에서 올 3분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IPTV 사업 성장 및 티브로드 합병 효과 등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한 966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와 관련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텔레콤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성화는 시장 확대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23년 유료가입자 500만, 매출 5000억원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의 IPTV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1.9% 증가한 4593억원을 기록했다. IPTV는 넷플릭스 제휴 등 경쟁력 강화로 이번 분기에만 12만8000명의 순가입자를 기록하며 누적 가입자 868만명을 달성했다.

특히 KT는 유료방송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앞서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의 인수를 추진하며 가입자 확대에 시동을 걸고, 넷플릭스와 제휴를 통해 미디어 경쟁력을 높였다.

LG유플러스는 '언택트' 효과를 누렸다. 자사의 미디어사업인 '스마트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5% 늘어난 5143억원을 기록했다. IPTV 매출은 가입자 성장, 높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보다 13.2% 늘어난 29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TV매출만 1조원이 넘어설 전망이다.


'탈통신' 내세워 B2B 확장… LGU+는 B2C 주력


국내 이통사들은 현재 사명에서 '텔레콤' 지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구현모 KT 대표는 '탈통신'을 선언하며 본업인 '통신' 사업에서 나아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사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한 SK텔레콤은 올 3분기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등 '뉴비즈(New Biz.)'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분사한 모빌리티 사업부가 1조원 가치의 SK텔레콤의 5번째 핵심 사업부로 부각되는 가운데, 보안 사업은 비대면 신규 서비스 출시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KT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을 선언하며 B2B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한 KT의 B2B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올랐다. 실제로 KT는 인공지능과 디지털전환(AI/DX) 사업 분야에서 큰폭의 성장을 일궈냈다. 이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IDC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KT는 최근 서울 용산구에 IDC 센터를 완공,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용산 IDC는 'AI 데이터센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KT만의 차별화된 인프라와 솔루션을 통해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파트너가 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B2B를 강화하는 SK텔레콤과 KT와는 반대로 LG유플러스는 B2C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경쟁사들이 전통적인 통신 사업 대신 신사업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LG유플러스는 유무선 등 통신 분야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유플러스의 올해 3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모바일 가입자는 전년동기 대비 8.7% 성장한 1626만5000명, 알뜰폰(MVNO) 가입자도 셀프개통 증가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 41.6%, 전분기 대비 11.8% 증가했다. 이처럼 5G 중심의 MNO 성장과 알뜰폰 가입자의 꾸준한 증가가 지속되면서 모바일 서비스는 3분기 누적기준 5.5% 성장을 기록하며 연간 5% 성장목표를 초과달성 중이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3사는 3분기 나쁘지 않은 실적을 보였다"며 "단통법 폐지 논의가 다소 부담되지만, 분리공시제 도입 논의가 시작되고, 오는 11월 말 주파수 재할당 논의에서도 과거 할당 가격대비 대폭 낮아진 가격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오는 2022년까지 실적 전망이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