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e장면] 유창현의 팀플레이 본능, 어디가겠어?

2021-03-11     이소라 기자

프로게이머가 한 시즌 휴식을 취하고 리그에 다시 돌아오면 다시 예전의 감각을 찾는데는 오랜 시간 소요됩니다. 아무리 쉬는 동안 게임을 계속 했다고 하더라도 실전 감각을 익힌 선수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실력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래서인지 복귀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아직 적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죠. 하지만 이 선수는 달랐습니다. 한시즌 복귀 후 한화생명e스포츠로 돌아온 유창현 이야기입니다. 


갑작스러운 휴식 선언

2020년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개인전 결승전에서, 문호준과 마지막 결선을 치뤘지만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유창현은 급작스럽게 휴식을 선언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감당하느라 지쳤던 것 같습니다. 

한화생명e스포츠 유창현/사진=넥슨 제공

유창현의 준우승 장면은 카트라이더 리그 역사에 오랫동안 기록될 것 같습니다. 그 경기는 황제 문호준의 개인전 은퇴 경기였기 때문이죠. 문호준은 그날 유창현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다음주에 개인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문호준의 은퇴 발표 이후, 마지막 경기를 함께 했던 유창현에게 관심이 모였죠. '황제' 문호준의 마지막 우승을 함께 했던 유창현에 대한 부러운 시선도 있었고, 차기 시즌 유창현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휴식을 선언하니, 모든 사람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개인전에서 문호준의 빈자리를 메워줄 것이라 생각했던, 차세대 스타로 급부상했던 유창현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문호준과 유창현의 인연

그런 유창현이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문호준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시즌을 이후로 완전히 은퇴를 선언한 문호준은 자신의 뒤를 이어 한화생명e스포츠의 최강자 자리를 지킬 선수가 필요했죠. 문호준이 연락한 선수는 바로 유창현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문호준은 유창현이 휴식을 선언했을 때도 바로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안다고, 그래도 다시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선배가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위로와 조언을 해준 것이죠. 

한화생명 문호준 감독/사진=이소라 기자

그때 그 전화 한통이 유창현에게는 큰 위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사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수가 다시 리그를 복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문호준의 부름은 유창현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유창현은 반년의 공백을 깨고 문호준 감독 품으로 갔습니다. 유창현이 이렇게 용기를 내고, 다시 리그로 복귀한 것은 문호준 감독의 힘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본인은 5점이라고 하지만...

유창현은 아프리카전 자신의 경기력을 두고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하더군요. 참 아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8점은 족히 넘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눈에 띄는 플레이를 펼친 것은 최영훈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하나같이 유창현의 디펜스 플레이가 있었기에 최영훈의 주행이 가능했다며, 여전한 그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유영혁이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 하는 유창현/사진=아프리카TV

같은 팀에서 뛰었던 박인수도 "공백이 있어서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줄 알았는데 그날 경기를 보며 역시 다르다고 생각했다"며 "샌드박스에서 자주 하던 팀플레이 최적화 플레이를 한화생명에서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경계가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날 유창현은 다른 선수들이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물심양면 도왔습니다. 어려운 동료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나타나 도움을 주는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아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의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히, 한화생명은 강했다.

문호준이 멱살(?)잡고 팀을 우승시킨 것 같다는 평가를 들었기에, 문호준 은퇴 후 한화생명의 운명에 걱정의 눈길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문호준이 빠지고 난 후에도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한화생명e스포츠 카트라이더팀/사진=-넥슨 제공

하지만 유창현의 영입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습니다. 문호준의 그늘에 있던 선수들이 날갯짓을 시작했고,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영입된 것이죠. 

동료들이 앞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힘껏 도와준, 최고의 팀플레이가 무엇인지 증명한, 유창현의 플레이는 이번주 결정적e장면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