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게임 알고리즘 비슷하다'…'디지털 치료제'로 변신한 게임
"의료와 기능성 게임은 알고리즘이 비슷하다. 기능성 게임은 충분히 '디지털 치료제'가 될 수 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열린 '디지털 치료제 연구조사 결과 발표회 및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관하고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조승래 의원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포스트 코로나 3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풍
이날 발표를 맡은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를 '디지털 기술을 치료 약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일반 약의 정의와 거의 똑같다"며 "단, 재료만 화학적 재료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쓰인 약"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핵심 요소로 ▲하드웨어의 영향 없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어야 하고 ▲독립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다른 약이나 기계와 혼용이 가능하며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과학·의학적인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2조6000억원에서 2026년 11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회사들이 거의 모든 의료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만성 폐질환 통증 감소, 자폐환자 사회성 발달, 금연치료, 약물 치료 등 여러가지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디지털 치료제 활용 가능성 충분하다"
한 교수는 게임과 관련한 디지털 치료제를 설명하면서 의학적 치료가 이뤄지는 과정이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에 숨겨진 알고리즘이나 의미가 의학적 전환이 된다면 충분히 디지털 치료제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의 다이어트 효과를 들었다. 한 교수는 "포켓몬고가 다이어트 체중감소 기능성 게임이 될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통계에 따르면 26% 체중이 감소됐다고 하는데, 그 어떤 다이어트 프로그램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한 교수는 모바일 게임 '아이 러브 커피'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 유방암 환자 관리 게임 '아이 러브 브레스트(I love Breast)'를 소개했다. 게임을 하면 할 수록 게임내 캐릭터가 유방암 치료제 부작용에서 벗어나고, 이를 통해 환자가 부작용 벗어나는 방법을 익히는 구조다. 또 강박증 치료를 위한 게임 '힛 더 치킨(Heat the Chicken)'은 강박증 치료법인 노출 및 반응방지법(ERP)을 어플리케이션으로 옮겨 환자가 게임처럼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한 사례다.
한 교수는 기능성 게임이 충분히 디지털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의외성이 약해 일반적인 게임이 가진 재미라는 요소가 덜하다"며 "이 부분은 디지털 치료제와 게임이 서로 상승작용을 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도 디지털 치료제 지원 나선다
발표를 마치며 한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라이센스 보호, 디지털 치료제 허가 및 지식 재산권 이슈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에 투자할 것"이라며 "디지털 치료제 처방 기준 확립, 보험 심사, 의료 정보 안정성 문제 등 디지털 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게임의 재미와 동기부여 요소가 환자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 시켜 지속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라며 "올해 문체부와 콘진원은 '디지털 치료제로서 게임 활용 방안 연구'를 통해 게임의 활용 범주를 의학적 영역으로 확대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조아람 과학기술정통부 사무관은 "과기정통부는 다양한 기초·원천 연구사업을 통해 질환별 진단·치료·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선제적 투자 중"이라며 "ICT를 활용한 코로나19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위해 코로나블루 등 정신건강을 관리·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R&D 과제 올해 7월 착수 예정"이라고 지원 계획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