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한잔] T1 양대인 감독 '선수들이 '롤'을 가지고 '놀' 때까지'

2021-06-11     이소라 기자

지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LCK) 스프링 시즌, 가장 마음 고생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도 대부분 양대인 T1 감독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기대도 받았고, 비판도 들어야 했고, 근거 없는 비난까지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T1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올해에는 롤드컵 무대를 밟는 모습을 보고 싶은 팬들이 많아서였을까요, 아니면 유일하게 열명의 로스터로 팀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양대인 감독은 그저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서머 시즌이 시작됐죠. 많은 사람들의 눈은 T1에 쏠려 있었습니다. 스프링 시즌 결승전조차 진출하지 못하며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던 T1이 비시즌 동안 어떤 무기를 장착했을지,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 했을지 궁금했습니다.

양대인 감독은 우리의 질문을, 한화생명e스포츠(한화생명)과의 경기 하나로 완벽하게 답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어떤 답도 필요하지 않았죠. 그날 경기에서 완벽한 2대0 승리를 거둔 뒤 '페이커' 이상혁의 한마디로 모든 논란들을 종식시켰습니다.

"우리는 한 몸이었다."

비시즌동안 양대인 감독이 어떤 마법을 부렸던 것일까요? 모두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작 양대인 감독은 승리에 도취돼 있지도, 성공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이뤄낸 성공이 아니라, 스프링 시즌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2020년 담원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도 스프링 시즌은 만드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가 서머 시즌부터 보였잖아요. T1에서도 같은 작업을 했어요. 스프링 시즌에서는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동기부여하고, 조합을 찾고, 경쟁을 시키면서 성장시킨 것이죠.

선수들이 우선 롤(LoL)을 재미있게, 가지고 놀게 만들었어요. 스프링 시즌 성적은 그래서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에요. 당장의 성적 내기에 급급해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플랜이 흔들리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양대인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이런 이야기들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던 것 역시 성적으로 증명하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현명한 행보입니다. 백마디의 말보다 한번의 경기로 말하는 것이 진짜 프로가 하는 행동이니까요. 

물론 서머시즌에서 한 경기를 소화했을 뿐입니다. 양대인 감독 말대로라면 말이죠. 하지만 팬들은 상대가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등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보유한 한화생명이었기에, 그들을 상대로 완벽한 합을 보여준 T1의 경기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선수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양대인 감독/사진=라이엇 게임즈 제공

"선수들과 저를 믿었어요. 제가 하고 있는 지도 방식이 담원을 통해 증명됐고, 그것이 T1에서도 통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먼저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했어요. 스프링 시즌에서는 선수들과 신뢰관계를 쌓고 그들과 롤을 재미있게 할 수 있게, 실력이 늘 수 있게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이죠. 사실 스프링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외부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고요.

선수들과 신뢰 관계가 쌓이고 함께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즐거웠어요. 요즘은 선수들과 롤 이야기 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요즘 선수들이 먼저 '롤이 정말 재미있다'고 말해주거든요.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뿌듯하죠."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죠. 연에인과 T1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 말이 딱 맞나 봅니다. 양대인 감독과 선수들은 이제 진짜 '하나'가 됐고, 그들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목표, 롤드컵입니다.

"당장 우리의 전략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아직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11일 담원과 경기가 있고 사실 거기에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의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계획과 목표가 잘 실현되고 있기에, 담원에게 1패 했다고 그 모든 것이 무너지지 않거든요.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기에 조금만 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T1 양대인 감독/사진=이소라 기자

이제 T1 선수들은 놀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양대인 감독의 계획대로라면 서머가 끝나갈 때쯤 이들은 '놀기의 달인'이 돼있을 것입니다.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할 것이고, 팀 합은 최고조에 올라있겠죠. 그렇게 T1은 롤드컵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제 선수들은 자기가 두는 수를 읽기 시작할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 어떤 수를 둬야 하는지 꿰뚫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스스로 피드백이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때가 되면 T1은 작년 담원처럼 최고의 팀에 우뚝 서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저와 선수 모두 열심히 노력해야죠. 선수들이 정말 많이 고생하고 있고,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점 너무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믿고 같이 놀아주고 있어서 감사하고요. 앞으로도 계속 '롤'을 가지고 같이 '놀'았으면 좋겠어요. T1이 최고가 되는 모습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