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코인 숙청 나선 업비트...'부작용 더 커' vs '피할 수 없는 성장통'
기준없이 이어져왔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업계가 업비트의 '옥석가리기'를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정부와 보폭을 맞추는 거래소들의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반응과 함께 '김치코인 죽이기'가 결국 업계의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있다.
14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김치코인 발행사 10여곳은 지난 주말, 업비트의 '알트코인 숙청'에 대한 입장문을 잇따라 내고 투자자 설득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 "업비트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니 상장폐지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메타디움과 메디블록, 보라, 밀크 등 김치코인 발행사는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사업 현황 공개,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밝힌 상태다.
한편 업비트의 숙청 목록에 이름을 올린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침통한 분위기다. 대부분 가격이 반토막 난 데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어 당장 사업 영위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행사 관계자는 "숙청 리스트에 오른 한 코인 발행사는 투자자 진정을 위해 업비트와의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분위기"라며 "시장에 마땅한 규칙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처럼 파트너를 궁지에 모는 것은 상도의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코인 버블' 속에서 탄생할 블록체인 혁신을 타 국가에게 넘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발행사를 옥죄선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팀이 적지 않은데, 싸잡아 '김치코인'이라 폄하하고 국내에서 더이상 거래를 못하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면 결국 해외 프로젝트만 한국에 와서 신나게 코인 팔아 먹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거래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기준이 없었던 것은 업비트 역시 마찬가지"라며 "해외코인 역시 기준없이 거래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에만 과도하게 재갈을 물리는 것은 혁신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피할 수없는 성장통"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메이저 김치코인 발행사 또한 과도한 마켓메이킹과 모럴해저드, 불투명한 경영체제를 이어온 곳들이 적지 않아 대규모 숙청을 통한 자정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가상자산 투자사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를 갖춘 대부분의 코인 발행사 모두 외부로 알려지면 타격을 입을 얘기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업비트의 일방적 숙청이 옳다고는 할 수 없으나, 결국 제도화를 위해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