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대신 시너지 택했다...'카카오-카카오커머스' 전격 합병
이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선 카카오가 '황금알' 자회사의 분사 대신 시너지를 택했다. 네이버가 커머스 경쟁력으로 기업가치를 불리자 카카오 또한 본사에 커머스 경쟁력을 결집시키는 모습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커머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와 합병을 결정,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합병 비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사 관계자는 "양 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며 기존 홍은택 대표가 그대로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735억원, 당기순이익은 123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9년 매출액 2962억원, 당기순이익이 575억원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매출과 순익 모두 2배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 카카오 자회사들 중에서도 알짜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 캐릭터 사업을 전담하는 카카오아이엑스를 합병, 매출 면에서 약 50% 가량 덩치를 불렸고 코리아세일 등 비대면 쇼핑시장이 팽창하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이용자의 취향을 폭넓게 만족시키는 상품 라인업이 주요 성장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카카오커머스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샤넬 등 명품을 적극적으로 론칭하는 동시에 이용자 취향을 반영하는 하이엔드 상품군을 대거 늘렸다.
무엇보다 카카오커머스는 출혈경쟁에 급급한 타 플랫폼과 달리, 브랜딩에 중점을 둬 판매자들이 가격 경쟁하지 않고 브랜드 품질 유지에 신경을 쓰도록 했다. 대표적인 예가 주문형 생산 플랫폼인 메이커스 카카오다. 카카오는 메이커스 카카오를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려는 중소형 판매자들을 모으고 있다. 입소문이 통하며 5년만에 누적거래액 4000억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커머스 만큼은 자회사 분사 대신 내부로 옮겨와 자회사 IPO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을 막는 동시에 시너지 키우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