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탈중앙화금융'에 '원천징수'라니...기재부, 블록체인 공부 다시 해야

땜질식 정책만 내놓느라 일관성도, 전문성도 없다

2021-10-20     이성우 기자
이성우 기자 /사진=테크M DB

최근 기획재정부가 디파이(DeFi) 서비스 중 하나인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에 세율 25%을 적용해 원천징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이 '비영업대금 이익'에 해당해 이자소득으로 과세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기재부의 과세 계획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원천징수'와 '이자소득'이 문제입니다. 기재부는 중개자가 없는 탈중앙화 금융에 원천징수를 적용한다고 합니다. 누구에게 원천징수를 한다는 말일까요? 또 가상자산을 금전이나 화폐로 보지 않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이자소득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기재부의 계획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금융'에 '원천징수'를?

디파이(DeFi)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스마트콘트랙트를 통해 중개기관 없이 P2P 방식으로 거래합니다. 기존 금융서비스는 '중앙화된 금융'으로 대부분 증권사나 은행 등 중개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디파이는 모든 참여자가 금융기관 없이도 시스템과 알고리듬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디파이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예치해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면, 스마트컨트랙트 아래 운영되는 시스템을 통해 이자를 받습니다. 

그런데 원천징수는 '소득금액 또는 수익금액을 지급하는자가, 그 지급을 받는 자가 부담할 세액을 정부 대신 징수하는 방식'의 세금 납부 방법입니다. 즉 중개자가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디파이 서비스의 중개자를 굳이 꼽자면 스마트컨트랙트입니다. 스마트컨트랙트에게 25% 세금을 공제해 이자를 지급하고 그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라는 기재부의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입니다.  

정부가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의 가상자산 지갑을 모두 추적해 징수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를 위해선 수많은 디파이 서비스의 노드를 모두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세금을 걷는데 들어가는 행정비용이 디파이 서비스에서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큽니다.


가상자산은 금전 아니라더니...일관성 없어

아울러 기재위는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이 비영업대금 이익에 해당돼 이자소득으로 과세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비영업대금 이익이란 '금전의 대여를 사업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자가 일시적·우발적으로 금전을 대여함에 따라 지급받는 이자 또는 수수료 등'을 의미합니다. 이는 이자소득으로 분류돼 25% 세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금전'입니다. 비영업대금 이익은 금전을 대여함에 따라 얻는 수익을 의미합니다. 가상자산 담보대출 이자수익이 비영업대금 이익이 된다면, 가상자산은 금전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가상자산은 금전이나 화폐가 아니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했던 것과는 정반대 기조인 셈입니다.

그래픽=디미닛

이에 더해 이번 기재위의 계획과 달리 앞서 개정된 소득세법 제21조는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타소득엔 20%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런데 1년만에 기타소득이 이자소득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끼워맞추기식 과세...디파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

이번 기재부의 과세 계획이 실망스러운 이유는 새로운 금융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중앙화된 금융의 세금 체계에 탈중앙화 금융을 끼워맞추는 모습입니다. 정책의 일관성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 없는 끼워맞추기식 과세 계획에 디파이 서비스 이용자와 가상자산 투자자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디파이 시장 예치금액은 약 1100억달러(약 129조)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말 글로벌 디파이 시장 예치금액은 약 150억달러(약 17조원)였습니다. 약 10개월만에 7배 가까이 상승한 모습입니다. 디파이는 가상자산 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탈중앙화거래소(DEX)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디파이에 과세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 디파이 시장의 발전과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새로운 금융의 등장에 맞는 새로운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법제도는 새로운 금융을 잘 알아야 만들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디파이에 대해 더 공부해야 합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