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애플·디플 전쟁터 된 韓...전문가들 '토종 OTT '돌파구' 필요'
글로벌 콘텐츠 회사 월트디즈니컴퍼니의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1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OTT 시장이 또 한 번 격변기에 돌입했다.
이달엔 특히 디즈니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도 애플TV를 한국에 공식 출시했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이 연달아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 상황. 토종 OTT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금이야 말로 국내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넷플·애플·디플의 '규모의 경제'...이용자·콘텐츠 빨아들여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는 이달 들어 한국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오징어게임'을 포함해 전세계적 흥행에 성공하는 한국 콘텐츠가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자국 문화와 언어로 만든 '로컬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도 반영한 전략적인 투자다.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홍콩, 동유럽 국가에 진출하면서 160억달러(약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까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5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한국 콘텐츠 라인업도 탄탄하다. 현재 공개된 라인업만 해도 ▲런닝맨: 뛰는 놈 위에 노는 놈 ▲설강화 ▲블랙핑크: 더 무비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무빙 등이 있다.
애플TV플러스는 국내 서비스 출시에 맞춰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닥터브레인'도 함께 공개했다. 닥터브레인은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SF 스릴러 장르 작품으로 배우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미나리로 오스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윤여정 배우가 출연하는 '파친코'도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시즌 총 제작비가 1000억원이 넘는 대작으로, 애플의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플릭스는 올초 한국 콘텐츠 산업에 5500억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지난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5년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7700억원의 70%를 한해에 투자하는 계획으로 주목받았다. 올해 한국 콘텐츠 업무를 전담하는 신규 법인 '넷플릭스엔터테인먼트'도 설립했다. 이어 2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고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하며 공격적인 콘텐츠 수급에 나서고 있다.
생존 경쟁 등 떠밀린 토종 OTT...전문가들 "돌파구 필요"
글로벌 OTT들이 한국 콘텐츠를 앞세워 사세를 넓히면서,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 토종 OTT들도 이 경쟁에 휩쓸리게 된 형국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OTT들이 유료 가입자를 포함해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빨아들이고 있는 만큼, 토종 OTT로써는 성장을 넘어 생존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있는 국내 OTT 사업자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한국언론학회 주최 '신성장 동력으로의 도약과 상생을 위한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뛰어나다"면서 "이들이 콘텐츠 경쟁력을 갖고 OTT 환경으로 갈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국내 OTT 기업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초기투자비에 대한 벤처 지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원 및 제작 스튜디오 육성 ▲글로벌 플랫폼과의 동등한 지적재산권 협상을 위한 기반 마련 ▲국내외 사업자 및 동일서비스 사업자간 규제 동등화 실현 등을 제안했다.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들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 OT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최소규제 및 육성진흥 정책의 조속한 이행을 추진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세 가지 요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OTT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OTT 자율 등급제' 도입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 등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