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품 소프트웨어 70%는 '오픈소스'…'3P' 전략으로 '오픈소스 잘 쓰는 기업' 만든다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SSDC)
"기업이 오픈소스를 잘한다는 의미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최승범 삼성리서치 부사장은 18일 열린 '삼성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SSDC)'에서 이 같이 말하며 "삼성전자의 제품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도 플랫폼, 코어 기술 등에 오픈소스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오픈소스'를 자사의 소프트웨어 분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핵심인 '소스코드'를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공개한 것으로 말한다. 누구나 오픈소스를 이용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재배포할 수 있다.
이런 오픈소스의 개방성은 소스코드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반영해 빠르게 진화할 수 있도록 해줬고, 이를 통해 SW 산업과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단계로 성장하고 있다. 최 부사장의 말대로 향후 기업의 SW의 역량은 '얼마나 오픈소스를 잘 다루느냐'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를 개발하기 위해 오픈소스 생태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또 회사 내부에서도 오픈소스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3P' 전략으로 오픈소스 역량 높인다
최근 오픈소스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오픈소스 시큐리티 및 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통신 등 주요 ICT 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오픈소스 비율은 평균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오픈소스 사용 비중이 늘면서 기업들은 관련 개발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사업에 중요한 핵심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선도하고, 안정된 개발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일도 과제로 떠올랐다.
최 부사장은 "SW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선택이 증가하고 있고, 그렇기에 우수한 개발자들은 오픈소스 개발자인 경우가 많다"며 "또 기업마다 개발 특성과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안정된 개발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오픈소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3P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3P는 프로젝트(Project), 피플(People), 프로세스(Process) 등 오픈소스 역량 강화를 위한 3가지 측면을 말한다.
핵심 프로젝트 선도…기술 선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보안 분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신규로 참여함과 동시에 타이젠, 로스(ROS) 등의 플랫폼에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뉴럴 네트워크 스트리머 기술인 'NNStreamer'는 지난 10월 2.0 버전을 공개했다. 이는 기존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에지(Edge)로 확대한 것으로, 분산된 기기 간의 학습 연계를 통해 더 나은 AI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홈 IoT 오픈 표준 프로토콜인 '매터(Matter)'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싱스(SmartThings)' 적용으로 연동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올 10월 공개한 오픈소스 보안 취약점 검출 도구인 '크레드스위퍼(CredSweeper)'를 통해 전세계 오픈소스의 보안 취약점을 해결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 1.0 릴리즈 10주년을 맞은 타이젠은 삼성전자 전 제품에 대한 플랫폼 표준화, IoT 및 온디바이스 AI, 로봇 등의 지원을 통해 지속 발전하고 있다. 현재는 삼성전자 TV와 가전의 대표 운영체제(OS)로 자리매김했고, 올해 6.5 릴리즈늘 통해 에지 AI, UI 향상 및 경량 노드닷제이에스(Node.Js)를 지원을 시작했다.
로봇분야 디-펙토(de-facto) 오픈소스인 'ROS'는 90종 이상 로봇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오픈소스다. 삼성전자는 내비게이션 분야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코드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내브-투(Nav2)는 올해 ROS 커뮤니티의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결국은 사람…'오픈소스 리더' 키운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사내 지원 제도를 통해 오픈소스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매년 삼성전자의 사업과 관련된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오픈소스를 선정하고 분야 및 범위를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이렇게 선정된 핵심 오픈소스에서 활동하는 사내 오픈소스 리더들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 회사 시스템 내에서도 이러한 오픈소스 리더들의 오픈소스 기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고 협업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 주니어 SW 창작 대회를 통해 초·중학생 대상으로 SW 교육을 지원 중이고,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를 통해 오픈소스 공동 개발 및 교육을 지원 중이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는 국내 다양한 오픈소스 커뮤니티 및 해외 개발자들과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SDDC에선 국내 커뮤니티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밋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커뮤니티에서 진행되는 기술 현황 및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또 기존 오픈소스 개발자 행사인 '소스콘'을 올해 인도 및 러시아 등 해외로도 확대 운영하고, 5G, IoT, 로봇, 시스템SW 등의 분야에서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의미있는 기술 교류를 진행한다.
이너소스 확산으로 '오픈소스 잘 쓰는 기업' 만든다
오픈형 개발 문화 확산을 위해 삼성전자는 오픈소스와 동일한 방식 및 절차를 회사 안으로도 적용해 코드 공유 및 공유 공동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SW 협업을 위한 오픈소스 개발 인프라를 사내에 구축해 약 2만2000명의 개발자들이 12만개의 저장소에 참여해 3000억 라인 이상의 코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런 개발 문화를 '이너소스'라고 부르는데, 삼성전자는 오픈소스 문화를 사내로 확산하기 위해 210개 이상의 이너소스 과제를 등록하고 매년 우수사례 공모전을 통해 개발자들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오픈형 개발 문화의 결과를 외부에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 오픈소스 포털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7월 삼성전자는 이 같은 안정적인 오픈소스 개발 체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ISO/IEC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이런 인증제도를 '오픈체인'이라 부르는 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과정에 효율적이고 일관적인 오픈소스 활용 체계를 갖춘 기업에게만 인증을 부여한다. 현재까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세계 40여개 기업들만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직, 정책 도구 및 시스템, 교육 항목에서 필요한 모든 기능을 갖춘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오픈소스 개발 체계를 구축해 운영함으로써 오픈체인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기술의 혁신"이라며 "오픈소스 개발자와의 다양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오픈소스 혁신과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