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트렌드] '오리지널' 쫓다보니 몇 만원은 기본…OTT 요금, 이용자는 '나누기' 사업자는 '더하기'

2021-11-21     김경영 기자
/사진=디미닛

'오징어 게임' 보려면 넷플릭스를, '마블' 영화 보려면 디즈니 플러스를, '닥터브레인' 보려면 애플TV 플러스를, '스우파'를 보려면 '티빙'에 가입해야 한다. 해당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월 요금제 부담이 수만원에 달하게 된다.

어느 하나만 가입하면 다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기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만 쫓아다녀도 여러 개 OTT 가입이 필연적이다. OTT 서비스 사업자들은 각자 플랫폼에 이용자를 끌고 오기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서비스 간 차별화가 더 뚜렷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도 'OTT 다(多) 구독'으로 바뀌고 있다.

이용자들은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 보면서 구독료를 아껴보고자 '파티원'을 찾고 있다. 대부분 OTT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보라고 만들어놓은 다회선 정책을 활용해 '요금제 품앗이'를 하고 있는 것. 이런 흐름을 타고 아예 구독 공유를 중개해주는 플랫폼까지 등장해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 아이디 공유하실 분 계신가요?

국내 OTT 시장은 이달에만 월트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 애플의 애플 TV 플러스가 공식 진출하는 등 글로벌 대형 사업자들이 속속 참전하고 있다. 일찍부터 국내 시장 선점에 나선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왓차 등 토종 플랫폼까지, 한국은 OTT '전성시대'이자 '춘추전국시대'다.

문제는 OTT의 경우 하나만 가입하면 대부분 채널을 똑같이 볼 수 있었던 케이블이나 IPTV와 달리, 각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다르다는 점이다. 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골라보려면, 여러 OTT 가입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OTT 웨이브·티빙·왓챠의 구독료는 각각 월 7900원이다. 넷플릭스 베이직은 월 9500원,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 애플 TV 플러스는 월 6500원이다. 이 서비스들만 모두 가입해도 월 구독료만 5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각 사업자들의 가장 낮은 요금제로, 화질이 더 좋고 여러 명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는 회선 수가 많은 '프리미엄' 이용권도 존재한다. 화질까지 챙기려면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사진=블라인드 캡쳐

이에 OTT 이용자들은 구독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럿이 모여서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일컫는 말로 '무칭(mooch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무칭은 '빌붙다(mooch)'란 뜻에서 나온 말로, OTT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람들과 계정을 나눠쓰는 일을 뜻한다.

무칭은 한 명이 아이디를 만들고, 파티원을 짜 계정을 공유하며 이용하고, 월 구독료를 n분의 1로 나누는 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함께 할 이용자들을 대신 모아 연결해주는 스타트업도 탄생했다. OTT 통합 검색 플랫폼 '키노라이츠'와 협업을 맺은 구독 공유 안전 거래 플랫폼 '링키드' 등이 대표적이다. 

웨이브·티빙·왓챠 등 국내 주요 OTT는 동시접속을 최대 4회선까지 지원한다. 넷플릭스도 이용권에 따라 최대 4회선까지 동시 접속 가능하다. 반면, 애플 TV 플러스는 동시접속 최대 인원을 6명까지 가능하고, 디즈니플러스는 1개 아이디 내에서 최대 7개의 계정을 만들 수 있다.

사업자들의 이런 다회선 정책은 원칙상으론 가족과 지인에 한정한다. 하지만 별도의 제약은 없기 때문에 무칭족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파티원을 모아 이용료를 나눠 부담할 경우, 1인 당 넷플릭스는 월 4250원, 애플 TV 플러스는 월 1080원, 디즈니 플러스는 월 1410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단, 지금은 OTT 사업자들이 무칭 행위를 눈 감아주고 있지만, 앞서 넷플릭스가 본인 확인 기능을 테스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만큼 언제 통제에 나설지는 아무도 모른다.


투자 규모 늘리는 OTT...이용자에 부담 전가될까

이용자들이 요금 나누기에 골몰하는 동안, OTT 사업자들은 '더하기'를 꿈꾸고 있다. 서비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애플 TV 플러스가 준비 중인 '파친코'의 경우 한 시즌 총 제작비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투자 부담은 결국 이용료 상승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아낌없이 투자를 펼쳐 온 넷플릭스가 결국 첫 이용료 인상의 포문을 열었다. 넷플릭스는 올 한해에만 한국 콘텐츠 산업에 5500억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후 2개 스튜디오와 손잡고 오리지널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등 막대한 투자금으로 콘텐츠 수급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미 다른 서비스에 비해 구독료가 높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사진=디미닛 제공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올린 것처럼, 타 OTT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구독료를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OTT가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방대한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대규모 투자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지만, 이는 결국 요금제 인상이란 부메랑으로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으로 이용자를 계속 묶어 둘 수 있을지, 아니면 지나치게 높아진 이용료로 인해 이용자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될 지, OTT 업체들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놓였다. 이미 생면부지의 사람과 이용료를 나눠내야 할 정도로 이용자들의 꽤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자가 될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 보긴 어렵다.

정용국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구독형 OTT 서비스 시장에서 정착과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용자들이 서비스 지불 요금을 적절하다고 평가할 때 장기적으로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