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판타지? 이보다 더 현실적인 드라마는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어. 군대 이야기를 다룬 'D.P.'부터 한국 고전 게임을 서바이벌로 다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웹툰 원작 '지옥'까지 K콘텐츠가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지.
특히 '지옥'의 경우에는 웹툰보다 드라마가 더욱 큰 성공을 거둔 시례로 기록될 것 같아. 게다가 스릴러, 공포, 판타지라는 '매니악' 장르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례적인 모습이지.
세대별로, 지옥을 본 소감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 40대 '라떼워킹맘'은 '지옥'을 본 뒤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참! 만약 내용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다면 살포시 뒤로 가기를 클릭해줘. 말그대로 '리뷰'라서 엄청나게 많은 스포일러가 나올 예정이니까.
겉으로만 보면, 비현실적인 판타지 영화
이 드라마를 세줄로 요약해 본다면, 천사를 만나 자신이 언제 죽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이 죽게 되는 시간동안 공포에 떨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거야.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판타지가 맞아. 천사를 볼 수 있다는 것, 죽임을 당하는 날짜를 알 수 있다는 것, 사자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게다가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 아이도 천사에게 사망 선고를 받잖아. 죄가 있는 사람이 벌을 받는 '권선징악'이 아니라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조차도 그런 '개죽음'을 당하게 되니, '지옥'을 재난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해.
라떼워킹맘에게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그런데 말이야. 과연 이게 비현실적인 것일까. 나는 지옥을 보는 내내 너무나 현실적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이런 장면을 너무나 많이 보잖아.
우선 천사(?)가 '너는 언제언제 죽는다'라고 말하는 장면. 영화나 드라마 혹은 현실에서 병에 걸린 사람들은 의사에게 사형선고를 듣는 경우들이 있지. 단지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이 천사인지 의사인지가 다를 뿐 '(암이나 중병 등)병에 걸렸다'는 이야기 자체가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잖아.
지옥 스토리의 중심인 '새진리회'에서는 천사의 사형선고가 죄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로 사람들을 통제하곤 해. 사실은 죄 없는 사람도 사형선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권선징악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지.
그런데 사실은, 현실에서도 병이나 사고 등 죽음을 맞이할 때 '권선징악'이 중요하지 않잖아. 착하게 산 사람도 사고가 나고, 남에게 베풀면서 산 사람도 병에 걸려서 죽어. 즉, 지옥에서 보여준 죽음들을 '형별'이고 '살인'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결국은 현실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죽음의 과정들인거지.
우리 마음속 '죽음'에 대한 불안을 건드린 드라마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매니악'하다고 표현했고, 평론가들 역시 '매니악'한 장르의 작품이 이례적으로 사랑 받았다고 평가해.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의 성공은 너무나 현실적인 내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나의 마지막은 어떨지, 그러면 나는 죽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곤 하지. 살면서 이 고민을 안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야.
이 드라마를 보며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꺼야. 우리네 세상도 결국 '죄'와 상관 없이 모두가 죽는다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피하고 싶은 현실을 눈앞에서 보여주니 말이야.
그래서 '매니악'하다고 말하는 '지옥'이 전세계의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사실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현실을 그리고 있고, 우리가 애써 피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야.
'지옥'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질문
'지옥'이라는 드라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라떼워킹맘' 입장에서 멋대로 해석해 봤어. 이 드라마는 결국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매우 철학적인 작품이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우리는 결국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테니 말이야.
이 드라마에는, 죽음을 고지받은 다양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우선 새진리교 초대 교주(?)인 정진수는 사형선고를 받고 긴 시간동안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결국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이루지. 하지만 그 역시 죽음의 순간에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어.
새진리교를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믿었지만 막상 자신이 사형선고를 당하자 가차없이 자신의 믿음을 버리고 반대 세력과 한편이 된 '화살촉 유튜버'가 사실 가장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더군. 우리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믿지만, 결국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신념이 바뀌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잖아.
또한 자식의 죽음을 고지받은 부모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구하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움직이지만, 결국 마지막은 자식을 위해 '희생'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되는 감동적인 장면도 생각나네.
어떻게 살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민혜진 변호사같이 정의로워 보이는 사람도 있어. 아마도 민혜진 변호사같은 사람이 세상을 조금은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갈지도 몰라.
하지만 결국 민혜진 변호사도 새진리회가 '악'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진리회가 권력을 얻은 잘못된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잖아. 그렇다면 결국 민혜진 변호사는 악일까, 선일까. 그 누구도 절대 악, 절대 선이라고 볼 수 없는 것 같아.
지옥, 결국은 모두의 이야기
사실 연상호 감독이 이 모든 것을 염두에두고 시나리오를 썼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아. 본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다른 분석을 할 수 있잖아. 누군가는 이 드라마를 '매니악'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
'라떼워킹맘'에게는 너무 현실적이라 보기가 어려운 드라마였지만 누군가에게는 판타지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지옥'이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결국은 모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K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대변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모두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주고 있으니 말이야. 지옥 시즌2는 아마도 시즌1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서 더욱 기대되는 마음이야.
이소라 기자 sora@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