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강행 움직임에 학계도 뿔났다 '효용보다 부작용 클 것'

2021-11-30     이영아 기자
(왼쪽부터)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가 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토론회 생중계 갈무리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명문화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 움직임에 신중한 검토와 판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왔다.

3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도대체 이 시점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는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계 교수들은 한 목소리로 온플법 제정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EU는 자체 플랫폼이 없어 규제를 통해 방어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우리나라는 글로벌 플랫폼들과 맞설 수 있는 토종 디지털 플랫폼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성급한 입법을 통해 불완전하게 규제하는 것은 국익이나 사회적 후생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25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이 각각 상정된 바 있다. 현재 통과가 보류된 상황이지만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법안 통과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더불어 여러 부처에서 입법 목적과 방향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라 '중복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안으로 불리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온라인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제정안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를 주무 부처로 한다. 플랫폼과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와의 관계도 규율했다. 계약상 채무불이행 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안은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중개거래 계약 기간, 변경 및 해지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보복 조치행위 금지 규정 등을 위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담겼다. 방통위안과 표현만 다를 분 사실상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류민호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공정위와 방통위에 이어 과기정통부까지 플랫폼 규제 권한에 뛰어들었는데, 이건 마치 영화 '파인드 어 웨이'처럼 서로 빨리 규제 깃발을 꽂아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상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른 나라와 같이 디지털 플랫폼 관련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보고서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 기관이 사전규제부터 만들기 보단, 놓치지 말아야 부분에 대한 방향성을 짚어주고, 가이드해주는 역할부터 해야 한다"며 "자율규제부터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조사와 근거가 나오고 나면, 공동규제와 사후규제, 사전규제 순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안의 추진 동기가 좋더라도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면 문제"라며 "골목상권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이 찾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그런데 벽이 올라가면 사업 시작도 못 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다고 하지만, 반대로 젊은 기업과 청년들의 기회를 상실하는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플랫폼 기업에게 데이터 관리를 잘 하라고 하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다 공개하라고 하는 등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연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범위에서 플랫폼에게 의무를 부과할 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먼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과연 국가적인 규제가 필요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혁신을 위한 사회적 편익을 우리가 규제를 통해 희생시킬 것이냐에 대한 중대한 상황판단을 해야 한다"며 "부득이하게 규제를 해야 한다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규제권한을 공유하는 형태의 공동규제로 가야된다"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