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뷰] 오래된 여관이 크리에이터 타운으로?...'로컬스티치'의 공간 실험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 인터뷰
# 코리빙&코워킹 브랜드 '로컬스티치'
# 여관 개조 건물에 카페, 작업실, 주거공간까지
# 지역 크리에이터들의 '느슨한' 네트워킹
오래된 여관 건물을 개조해 만든 로컬스티치. 이곳에는 주거 및 오피스 공간, 북카페, 회의실, 라운지, 브런치 가게가 층별로 들어와 있다. 로컬스티치를 이용하는 사람은 장기 투숙을 해도 되고, 한달 살기를 해도 된다. 보증금도 없이 월 단위로 구독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함께 살아간다.
벌써 수도권 20여곳에 생긴 로컬스티치. 여기에 사는 사람은 1인 창업가부터 유튜버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왜 집 대신 로컬스티치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누가,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 지난 23일 서울 중구 로컬스티치 을지로점에서 김수민 로컬스티치 대표를 만나 로컬스티치가 꿈꾸는 '크리에이터 타운'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주거+사업공간' 결합...1인 창업가-유튜버까지, 지역 크리에이터 키운다
김수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중퇴 후 홍대에서 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조그만 디자인 회사였던 '로컬디자인무브먼트'를 차린 뒤 가구나 간판을 그려주는 작업을 했다. 당시 홍대 근처에서 김 대표는 한국에 오래 머무는 외국인 여행자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한국 문화를 현지인 감성으로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다는 점을 파악,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유공간을 설립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로컬스티치다.
실제 로컬스티치는 지역의 크리에이터와 청년 창업가 등을 육성하고, 이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설립됐다. 지난 2018년부터 마포, 강남 등 수도권의 여관, 호텔 등 낙후된 공간을 크리에이터들의 업무 및 거주 공간으로 재창조해 만든 일종의 '크리에이터 타운'인 것이다.
특히 로컬스티치는 '코워킹(Co-Working)+코리빙(Co-Living)' 브랜드로, 주거와 사업 공간을 동시에 제공하는게 특징이다. 올해 12월 기준 로컬스티치는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며, 700명의 유튜버, 작가, 셰프 등 크리에이터 멤버가 이용하며 지내고 있다. 크리에이터 거주 비용은 보증금 없이 월 80만원부터 이용할 수 있다.
김수민 대표는 "지점마다 회사가 스케일업(Scale-up) 되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지점들이 있다. 특히 연남동에 있는 로컬스티치 5호점 '연남장'은 로컬스티치와 어반플레이, 윤세영 식당의 아는동네 프로젝트로 탄생한 공간"이라며 "전국 각 지역의 우수한 콘텐츠 및 상품을 소개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창작자를 위한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컬스티치는 지점을 오픈할 때, 건물을 건물주로부터 전대해서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1호점 오픈 시 1억5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김수민 대표는 "3호점 오픈 이후로는 건물주들로부터 투자를받거나, 법인을 새로 분리하면서 펀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민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땅값이 엄청 올랐다. 이제 부동산의 이해관계가 많이 바뀌었고, 전통적인 부동산 시장이 서비스업과 결합해 새로운 공간의 이용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건물주나 투자자에게도 손해가 나지 않고, 입주한 크리에이터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작업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의 스마트스토어' 지향...지속 가능한 브랜드 창업 지원
최근 로컬스티치는 '오프라인의 스마트스토어'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온라인 인프라를 제공 중이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연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업적, IT적인 인프라를 준비 중인 것. 일주일 단위로 지속적인 베이커리나 쉐프의 팝업을 진행하는 공간 '플레이리스트 플레이트(Playlist Plate)'를 론칭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김수민 대표는 "생산자나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이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많다"며 "온라인 스마트스토어가 조금 더 편리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일종의 툴킷(Tool Kit)인 것처럼, 로컬스티치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생산자들이 저희 서비스를 구독 형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획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로컬스티치 매니지먼트 플랫폼 '내일상점'은 지난 2016년 예비 식음료 창업자의 테스팅공간이자 임시상점 '테스트키친 서울'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셰프 뿐 아니라 개발자와 디자이너, 바리스타 등 도시 창작자와 함께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지원을 하고 있다.
김수민 대표는 "지속가능하고 활기찬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그 지역 안에서 일과 삶을 영위하고 또한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고 일하며, 실험하고, 도전하는 과정과 결과과 생동감 있는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선순환 구조의 상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러한 로컬스티치의 미래에 공감하고, 함께하고 싶은 개발자분들을 채용 중이니, 많은 지원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