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출근하기 싫어요' 카카오 내홍에 기름 부은 유연근무제...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카카오의 내홍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표면적인 이유는 카카오의 새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업계에선 세대간 갈등과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근로문화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은 대면 업무를, 근로자는 집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은 류 대표 내정 철회를 공식화하고 카카오 경영진의 책임있는 사과와 함께 쟁의까지 예고한 상태다. 지난 4일 류 대표가 직접 나서 사내 간담회를 열고 스톡옵션 매도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지만, 직원들은 이를 '알렉스(류 대표의 영어이름)의 배신'이라고 지칭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
이는 다른 관계사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모빌리티의 류긍선 대표에게 지급된 132만주의 스톡옵션 또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산 상태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카카오모빌리티와 경쟁사 'T사'의 스톡옵션 배부 현황을 비교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경영진에 수혜가 집중된 것이 핵심이다. 이때문에 자칫 카카오 전계열사의 집단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에선,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이같은 내홍에 대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보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새 근무제가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택을 중심으로 2년간 이어오던 유연근무제가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될 기미를 보이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재택 대신 사무실 출근을 중심으로 한 근무제 개편(유연근무제 2.0)에 대해 직원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C레벨급 고위 임원이 출근제 개편의 이유로 타사의 사례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이 오히려 논란으로 이어진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이어 그는 "유연근무제가 아닌, 우연히 사무실에 모두 모인 '우연근무제'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카카오 경영진도 할말은 있다. 카카오는 공식적인 외부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자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전면재택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카카오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선 대면 업무가 필요하고, 최근 2년새 합류한 직원들 중 대부분 카카오의 문화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최근 몸집을 불린 카카오는 본사와 관계사를 모두 더하면 직원수가 1만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합류한 이들이 상당수다. 카카오의 조직문화를 이식하고 사업부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선 대면 업무가 불가피하다는 것. 낯설어진 관계 탓에 아이디어 발굴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2년새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탓에 부서간 직원들이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일도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판교 테크노밸리 내 다른 기업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업계의 C레벨급 고위관계자는 "비대면 업무에 익숙해진 MZ 세대는 무엇보다 직장의 관념에서 벗어난 첫 세대"라며 "비대면 업무로도 어느 정도의 근무는 가능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선 조직문화의 DNA를 심기 위해 대면 업무가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올들어 카카오와 같은 내홍이 타 기업으로도 전이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오히려 인재확보의 미끼수단으로 활용하는 곳도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