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View] 갤럭시, 결국은 접어야 산다

2022-02-27     남도영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S22 울트라' /사진=테크M

삼성전자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가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지난 10일 제품 공개 이후 전세계 약 70개국에서 진행된 사전판매에서 전작 대비 2배 이상 팔렸고, 국내에서도 사전 개통 첫 날인 지난 22일 역대 최다인 30만대 이상이 개통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특히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이 사전판매의 60%를 차지하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입지를 다지는 모습입니다.


잘 팔릴만하다…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갤럭시 S22 울트라 모델을 사전 개통해서 쓰고 있는 데, 어느 하나 부족할 곳 없이 좋은 제품입니다. 특히 전작인 '갤럭시 S21' 시리즈에서 소비자들이 아쉬워했던 점을 거울삼아 디테일한 개선을 이뤄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확연히 선명해진 사진 품질과 하드웨어적으로 뒷받침 한 발열 개선, 한층 밝아진 디스플레이, '카툭튀' 감소 등 전작의 불만 요소가 거의 다 사라진 모습입니다. 여기에 가격은 전작 수준으로 동결했고, 'S펜' 내장으로 '노트팬'들의 교체 수요까지 품었으니 잘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미국 텍사스 스톤브라이어 몰에 위치한 '삼성 익스피리언스 스토어'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전작인 '갤럭시 S21' 시리즈 역시 출발은 양호했으나 뒷심 부족을 나타내며 결국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없어서 못 판다'가 강한 수요를 나타내는 표현이었으나, 지금은 공급 사이드의 이슈가 더 크다는 점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가 벌써부터 품귀 현상을 보이는 모습을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부족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신제품에서 삼성 자체 AP '엑시노스'가 치고 나오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번 시리즈부터 AMD와 함께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엑스클립스'를 탑재한 '엑시노스 2200'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유럽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만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나오고 있는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엑스클립스는 아직 최적화가 좀 더 필요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셋으로 아이폰 성능을 차별화한 데 이어 '애플실리콘'으로 PC 시장까지 플랫폼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에 비춰보면, 삼성전자도 이 부분에서 더 속도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승부처는 결국 폴더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되찾기 위해선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의 입지를 뺏어오면서, 뒤쫓아오는 중국 제조사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는 '좋은' 제품이지만, '우월한' 제품까지는 아닙니다. 이 정도로는 아이폰과의 확실한 차별점도, 중국 제조사 제품에 대한 확실한 우위도 점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미 스마트폰이란 제품의 기술적 성숙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남들과 뭘 다르게 만들기가 어려워진 점이 근본적 과제입니다.

갤럭시 Z 플립3 / 사진=남도영 기자 hyun@

결국 승부처는 하반기 폴더블폰 '갤럭시 Z'가 출시되는 시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3세대 폴더블폰은 삼성전자와 시장에 폴더블폰에 대한 자신감을 확실히 불어 넣어 줬습니다. 이후 중국 제조사들이 앞다퉈 폴더블폰을 선보였으나, 기술 격차만 드러내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오히려 삼성전자의 선도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들도 폴더블폰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나, 현재 추세대로라면 단기간에 삼성전자가 점유한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얼마나 잘 '접는'가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폴더블폰의 성능 개선과 더불어 완성도를 높이면서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트(DSCC)가 예상한대로 올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판매가 1400만대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자리는 '갤럭시 S'와 '갤럭시 노트'에서 '갤럭시 Z'로 확실히 이양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갤럭시 Z 시리즈 흥행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두 번 접히는 폴더블폰, 화면을 늘리는 롤러블폰 등 다양한 폼팩터 혁신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태블릿과 노트북 PC 등으로 폴더블 폼팩터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