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홀딩스 출범 1주년' 전세계 4억명 품은 네이버 이해진...무르익는 글로벌 꿈

2022-03-01     이영아 기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캐리커쳐=디미닛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2019년 6월 한국사회학회·한국경영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의 발언.)

구글-페이스북, 텐센트-알리바바 등 미·중 거대 빅테크 공룡기업에 맞서기 위해 '연합군'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온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총괄(GIO)이 일본 IT 업계 거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3월 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마무리하고 A홀딩스를 출범시켰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의 유례없는 동맹으로 검색과 메시지, 콘텐츠, 엔터, 금융, 전자상거래를 아우르는 이용자 4억명 규모의 '메가 플랫폼'이 탄생했다.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하겠다는 이해진 GIO의 꿈이 점차 무르익고 있다.


美·中 빅테크 견제할 제3극 되겠다

지난 1년간 A홀딩스라는 한 배를 탄 이해진과 손정의의 목표는 글로벌 기술산업에서 G2(미국·중국)를 견제할 '제3극'이 되겠다는 것.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A홀딩스 출현으로 당장 기대되는 점은 아시아 최대규모의 이용자풀을 갖춘 인터넷 기업이 탄생한 탓이다. 합작회사 A홀딩스는 Z홀딩스를 지배하며(지분 65.3% 보유), Z홀딩스 아래에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위시한 양사 일본 내 사업이 모두 모이는 구조다.

표 = 소프트뱅크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2억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메가 플랫폼이다. 특히 일본에선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8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모으며 국민메신저로 거듭났다. 라인과 통합되는 일본 최대 검색엔진 야후재팬은 1억명 규모의 이용자를 거느린데다, 메이저 온라인 패션몰 조조타운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털 네이버와 흡사한 모습이다. 

A홀딩스의 A는 '트리플 A'를 의미한다. 'A부터 Z까지 전 그룹사의 시너지를 내겠다', '산하의 전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쓰겠다', '아시아(Asia) 전역을 누비고 글로벌로 가겠다'. 아시아 최고의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하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의지가 담겼다. 지금 이순간에도 이해진 GIO는 공동대표로서 전면에서 A홀딩스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빅테크라는 목표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첫번째 목표는 亞 최강 커머스 

Z홀딩스는 커머스·로컬·핀테크·공공부문 등 4대 사업에 주력해 일본인의 실생활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4대 사업 중 첫번째는 커머스. 라인쇼핑과 조조타운, 야후쇼핑, 야후오쿠가 결합돼 모바일과 포털을 연계한 일본 최대 이커머스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양사의 이커머스 인프라 연동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이뤄졌다. 야후쇼핑과 페이페이몰의 출점하는 판매자들이 라인의 상품 판매 스토어 중 하나인 '선물하기'에 입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라인 선물하기는 누적 사용자 2000만명을 돌파하고 유통액이 전년 대비 250%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야후쇼핑과 페이페이몰은 일본 온라인 쇼핑몰 최대 수준인 약 4억개 상품을 취급한다. 

라인 선물 광고 갈무리 /사진=라인 유튜브

 

더불어 네이버는 지난해 라인을 통해 라인은 마이스마트스토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를 더욱 고도화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쉽게 상점을 열고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판매 데이터 분석과 고객 관리 수단을 제공한다. 간편결제·대출 같은 금융과도 연계돼 네이버 생태계 구축의 핵심으로 꼽힌다. 커머스는 네이버 매출의 20%(1조4751억원) 가량 차지하며 네이버를 1등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게한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를 일본에 이식하겠다는 것. 

일본의 소매 시장 규모는 한국의 3배 이상이지만 커머스의 온라인 침투율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기에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신증권 글로벌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이 주요 선진 시장 중에서 이커머스 침투율은 11%로 아시아 내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영국에 이어 4위에 이를 정도로 커 성장 잠재성이 높다.


두 번째 목표는 亞 최강 핀테크

핀테크는 야후재팬과 협업을 통해 지배력을 높여갈 전망이다. Z홀딩스는 간편결제 분야에선 이미 압도적 점유율을 보유한 과점 사업자가 됐다. 일본 최대 간편결제 사업자인 야후재팬의 페이페이와 최대 메신저인 라인의 라인페이와 결합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릴 수 있었다. 4200만명이 넘는 페이페이 사용자와 전국 4000만명의 라인페이 사용자를 단순 합산해도 이용자 규모만 8200만명에 이른다. 

라인페이와 페이페이

 

이 같은 성과는 라인 페이와의 연동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양사는 지난해 8월 라인의 라인페이와 야후재팬의 페이페이 연동을 시작했다. 라인페이를 페이페이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게 한 것. 페이페이 등록판매자는 344만곳을 넘겨 시너지가 더욱 크다. 이에 앞서 라인과 야후재팬은 지난 3월엔 '라인 포인트'를 '페이페이 보너스'로 교환할 수 있도록 서비스 통합도 진행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 캐시리스 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내 캐시리스 결제시장 규모는 2019년도는 90조엔(약 925조원)에 육박하면서 2020년도는 100조엔(약 1028조원) 이상으로까지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 비전'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캐시리스 결제율 40% 완성, 향후에는 80%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성과는 빠르게 가시화하고있다. 지난해 전체 캐시리스 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가 1위(61조 엔, 약 631조원)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자화폐가 6조 엔(약 62조원) QR코드 결제가 4조2000억엔(약 43조4500억원) 각각 뒤를 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QR코드 결제의 이용이 급격이 증가했는데, 2020년 QR코드 결제액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1년 사이에 약 4배나 증가했다. 


디지털 기술로 日 로컬 혁신한다

더불어 Z홀딩스는 디지털 전환이 느린 일본 전역의 생활 방식을 기술로 획기적으로 바꿔내고 있다. 최근 '라인 플레이스'와 '야후 로코', '야후 지도', '페이페이 음식'이 서비스 연동을 시작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일본 골목 상권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 됐다는 분석이다. 야후 지도의 가게·명소 정보에 라인 플레이스의 리뷰 콘텐츠가 더해졌다. 또 음식점 예약이나 시설 정보를 야후 로코로 확인하고, 페이페이 음식을 통해 예약 및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탓이다. 라인 플레이스의 리뷰 콘텐츠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BT21 치미가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사진=라인프렌즈 제공

 

일본의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내린 콘텐츠 분야 역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라인 망가를 중심으로 올해는 일본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한다는 목표다. 일본 웹툰 서비스 '라인 망가'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손자 회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전자책 전문 계열사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의 지분을 인수한다. 올해 초 주식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라인 망가와 이북 재팬의 전자만화 지난해 유통 총액은 약 800억엔(약 8322억원)으로, 일본 최대 규모다.

더불어 네이버는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등 신사업도 일본을 중심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5년간 쌓아온 기술들을 융합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이어주는 새로운 메타버스 생태계 '아크버스'를 선보였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소프트뱅크와 함께 일본에서 아크버스를 활용한 도시 단위 고정밀 지도(HD map)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사업도 확대한다. 라인은 라인페이 애플리케이션에서 가상자산 링크(LN)를 사용한 결제 기능을 시험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일본 온라인 쇼핑할 때 링크를 통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라인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플랫폼 자회사인 라인 넥스트는 글로벌 및 일본 NFT 플랫폼 개발뿐만 아니라 라인 블록체인 메인넷, 월렛, 링크 관련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