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이톡] 전쟁에도 연중 최고치...나스닥과 분리된 비트코인, 어디까지 갈까?
미국 기술주과 동조화 흐름을 보이던 디지털 자산(가상자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제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미국 중심 패권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특성 탓에, 전쟁을 계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일 가상자산 거래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국내 비트코인 거래가는 개당 5300만원대로 올초대비 20% 가량 급등한 모습이다. 특히 2월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가상자산 투자업계에선 전쟁 리스크가 촉발한 글로벌 화폐전쟁의 여파로 해석한다. 실제 지난 1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전문 리서치 기관 아케인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우크라이나 사용자들의 테더 및 비트코인 구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월말 기준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법정통화 흐리브냐와 USDT 거래페어 거래량은 약 850만달러 규모를 나타냈다. 지난 6주간 해당 거래페어의 거래량이 300만 달러를 넘은 적은 거의 없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증시가 폭락, 루블화 가치도 폭락하자 러시아인들이 가상자산으로 몰려든 것이다. 그간 러시아 투자자들은 주식 포트폴리오의 95%를 러시아 주식에 투자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쟁 이후에는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달러화에 페그(고정)돼 있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의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다. 루블을 통한 테더 거래량은 이날 하루동안 약 13억 루블(약 165억)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9개월래 최고치다.
실제 글로벌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소폭 높다. 이른바 해외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역프리미엄 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
다만 미국 중심 패권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가상자산의 특성 탓에 추가 규제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바이낸스는 미국 정부의 재제 요청을 거부, 러시아인들의 거래를 용인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중립국인 스위스까지 러시아 재제에 착수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러시아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것. 당장 트래블룰을 시작으로 주요국 가상자산의 이동 경로가 미국 중심 세계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심 패권주의가 힘을 잃자, 가상자산이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전쟁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 가능성이 커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