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봤다] 너는 나의 봄이다 'LG 틔운 미니'

2022-03-13     남도영 기자
'LG 틔운 미니'에서 자란 루꼴라 떡잎 /사진=테크M

LG전자는 대기업답지 않게 요상한 제품을 종종 내놓는다. 그것도 진지하게. 행사장에서 식물재배기 'LG 틔운'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머리로는 '저걸 누가 사겠나' 싶으면서도 마음 한 켠이 묘하게 꿈틀댔다. 그 때 숨겨 놓았던 씨앗이 'LG 틔운 미니'를 보고 싹을 틔우고 말았다.


녹색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식물들로 바꿨다. 요즘은 초록색만 보면 가슴이 설렌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요즘 코로나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한 '플랜테리어(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가 인기란다. 꽃집을 지나칠 때마다 화분에 자꾸 욕심이 났지만, 정작 집에 가면 족족 시들어버리니 겁이 나 고개를 돌렸다.

식물을 키운다는 게 누군가에겐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화분에 바람과 햇빛, 약간의 물이면 충분하다는 데, 그마저도 챙겨주기가 버거웠다. 그때마다 LG 틔운이 자꾸 생각났다. 씨앗키트를 넣고 물과 영양제만 넣어주면 알아서 다 키워준다는 데. 분갈이도 필요 없다는 데.

LG전자 신개념 식물생활가전 'LG 틔운' /사진=테크M

그래도 LG 틔운은 집에 들이기엔 너무 크고 비쌌다. 집에는 내 권한으로 무언가 채울 수 있는 영토가 많지 않았다(대부분 아이들이 차지했다). 가까스로 생존한 화분 몇 개를 겨울에 실내로 들여 놓는 것도 힘이 부쳤다. 작은 냉장고만한 틔운 오브제컬렉션은 아무래도 내겐 사치였다.

그러다 틔운 미니를 보자 눈의 번쩍 띄었다. 이건 누가봐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자연 관찰 학습 실험 도구가 아닌가! 마침 계절도 봄이다. 지금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사전구매 버튼을 눌렀다. 제품은 생각보다 빨리 배송됐다. 꽤 커다란 상자를 보고 아이가 무엇이냐 묻는다. 너와 함께 식물 관찰을 할 친구야, 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쉬운 식물 기르기

틔운 미니를 구매하니 씨앗키트 하나가 들어있다. 루꼴라와 비타민을 키울 수 있는 패키지다. 먼저 피자 먹을 때 보던 루꼴라를 키워보기로 한다. 씨앗키트를 꺼내니 스펀지에 구멍이 뚫린 모양이다. 자세히 보려다 씨앗이 후두둑 떨어졌다. 쪽집게를 들고 와 한 톨 한 톨 주워 다시 구멍에 넣었다.

LG 틔운 미니 /사진=테크M

틔운 미니는 정말 간단하다. 생긴 것도 심플하고 사용법도 별게 없다. 제품에 씨앗키트를 올려 놓고 물만 부어주면 끝이다. 전원을 켜면 LED 등이 들어온다. 꽤나 밝은 데 밤에 무드등으로 써도 좋을만큼 분위기가 꽤 괜찮다. 조명 밝기와 켜지는 시간은 'LG 씽큐(ThinQ)' 앱으로 조절 가능하다. 여기서 키운 지 며칠 됐는지, 온도는 적당한 지도 체크할 수 있고 씨앗키트도 주문할 수 있다.

'LG 씽큐' 앱 /사진=테크M

씨앗을 심고 하루는 정말 싹이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씨앗을 떨어 뜨린 게 계속 맘에 걸렸다. 하지만 사흘째 아침 아들내미가 호들갑을 떨며 달려와 "싹이 났다"고 소리쳤다. 정말 어느새 초록색 싹들이 구멍을 메우며 올라오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얼마나 컸는 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에서 키운 루꼴라가 무슨 맛일지 너무 궁금하다.


대세는 '반려식물'

MZ세대는 LG전자를 꽤 좋아하는 듯 하다. 틔운처럼 처음엔 '이게 뭐야'라고 생각한 이동형 스크린 '스탠바이미'를 사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아직까지 없어서 못 사는 모양이다.

틔운 미니도 나만 사면 어쩌나 싶었는데, 사전 판매 물량 1000대가 조기에 모두 팔렸단다. 가수 자이언티(Zion. T)가 나온 유튜브 광고 영상도 누적 조회수 100만회를 넘기며 인기라고 한다. 얼떨결에 대세에 동참했나보다.

'LG 틔운 미니' 광고 영상 /사진=LG전자 제공

틔운 미니 가격은 틔운 오브제컬렉션(출고가 149만원) 보다는 훨씬 가벼운 19만9000원이다. 씨앗 키트는 2만원대로 작은 화분 가격이니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실패 없이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선 나름 합리적일 수도 있다. 계속 사용하려면 구독 상품을 이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