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2억이 2조로 껑충' 김범수가 발탁한 임지훈, 카카오에 뿔난 이유
카카오의 첫 30대 CEO로 이름을 알린 임지훈 전 대표가 자신을 키워준 카카오에 반기를 들었다. 자신이 받아야할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것. 알려진 규모만 무려 600억~800억원에 이른다. 반대로 카카오는 쉽게 내어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는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벌어진 절차적 문제가 핵심이지만,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당시의 사정도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카카오와 소송전 앞둔 임지훈...투자금 2억이 2조원으로 '껑충'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최근 김 의장과 카카오의 투자법인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5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이 금액은 소 제기를 위해 우선 설정한 규모로, 실제 임 전 대표가 요구하는 금액은 600억~800억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임 전 대표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지난해 10월 청산된 카카오벤처스 1호 펀드 관련 보수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재직하던 2015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과보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펀드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에 투자했다. 지난 2013년 2억원에 사들인 두나무 주식 1000주는 2021년 2조원의 가치로 뛰어올랐다. 덩달아 카카오벤처스 1호 펀드의 수익 역시 3000억원이 넘었다.
사실 지난 2018년 카카오를 떠나 임 전 대표는 지난해 펀드 청산 이후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현금 29억원 가량과 두나무 주식 12만1106주를 정산 받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카카오에서 상법상 절차 미비를 이유로 들어 임 전 대표에게 이 같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반면 임 전 대표 외에 해당 펀드에 참여했던 카카오의 다른 심사역이나 외부 투자자 등은 617억원 규모의 주식 등을 지급 받았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의 사업보고서에도 반영됐다.
다만 카카오는 임 전 대표가 성과보수계약을 체결할 당시 대표직을 맡고 있었기에, 임 전 대표와의 성과보수 계약을 체결할 때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했으나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주총 의결 없는 임 전 대표와의 계약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이를 무시한 채 성과급을 지급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법적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NS에 두나무 투자 뒷얘기 알린 임지훈...투자업계 "섭섭할 것"
사실 임지훈 전 대표는 카카오의 첫 30대 CEO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지난 2015년 취임 후, 공격적인 투자와 덩치 불리기로 계열사를 빠르게 키웠고 투자 전문가인 임 전 대표의 강점이 십분 발휘되며 두나무 등 차기 유니콘을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콘텐츠 자회사 포도트리를 분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일으켰고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키워냈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5000억원의 해외자본을 유치,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임 대표의 결정으로 이뤄진 자회사 분사와 투자유치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특히 두나무의 경우, 당시 누구도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임 전 대표는 "2013년 당시에 얼마나 잘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지만 그냥 송치형 의장을 보고 뭐라도 함께 하고 싶었기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그는 "당시 두나무가 만들던 뉴스서비스의 성공여부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송 의장을 믿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두나무의 창업자인 '송치형'이라는 사람만 보고 투자를 감행했다는 얘기다. 현재 두나무의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 송 의장은 당시 직원 10명 안팎을 둔 스타트업 두나무의 대표였고, 두나무는 당시만 해도 금융이 아닌 뉴스큐레이션 서비스업체였기 때문에 지금의 성장세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임 전 대표의 간택을 받고 두나무는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특히 임 전 대표가 케이큐브벤처스를 떠나 카카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카카오증권을 출범시키는 등 빠르게 카카오 그룹과 시너지를 냈다. 그리고 이석우 카카오 전 대표가 두나무 지휘봉을 잡게 되며 카카오 패밀리 효과는 더욱 굳건해졌다. 지금은 몸값만 30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두나무 성공신화에 대해 임 전 대표 역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쉽게 할 수 없었던 투자를 자신이 있었기에 진행했다는 것. 실제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이같은 의미가 담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임 전 대표 퇴임 과정에서 섭섭함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던 카카오가 불과 3년만에 임 전 대표 체제를 여민수-조수용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임 전 대표가 투자했거나, 분사한 기업들이 대부분 유니콘으로 성장한 만큼,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노이즈를 일으킨 회사에 대해 배신감이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만해도 워낙 갑작스러운 교체여서 '경질'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않았고, 직원들조차 인사에 매우 당황했었다"고 귀뜸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임 전 대표 퇴임 후, 그가 씨앗을 뿌린 두나무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임 전 대표의 혜안을 재평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