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몸값 '천정부지'에 신음하는 보안업계…'못 나가게 잡느라 허리 휜다'

2022-05-09     김가은 기자

정보기술(IT)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개발자 쟁탈전에 국내 보안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커녕 대기업들이 임금 기준을 지나치게 높여놓은 탓에 신규 채용은 커녕 기존 인재 이탈을 막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표한 '2021년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정보보안 시장 규모는 3조9213억원 수준으로 타 IT 업종에 비해 작은 규모다. 특히 이 시장은 자본금 5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이 전체 531개 기업 중  93%(494개)를 차지하고 있어 높아진 인건비를 감당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해당 조사에서 국내 정보보안기업 531곳 중 52.4%가 '기술개발 인력 확보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 대기업 주도의 임금 인상을 지목했다. 실제 실력에 비해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기준을 높여놓은 것은 물론, 초급·중급·고급에 상관없이 모든 인력을 쓸어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내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보안업계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해왔으나, 경력자 채용이 하늘에 별 따기라 신입 위주 채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마저도 대기업이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인재를 휩쓸어가는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입 직원을 뽑아서 2년 정도 실무를 통해 키워놓으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소기업은 판관비로 쓸 수 있는 비용에 한계가 있다보니 '인력 고난'을 겪고 있다"며 "이탈하는 인재를 잡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직에 나서는 신입 인력들의 눈높이 또한 과도하게 높아진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초급 개발자가 마치 자신이 고급인력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어 과도한 연봉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실제 실력에 비해 자기가 받고자 하는 연봉수준은 상당히 고가인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며 "타 업종에 있는 대기업들도 인건비로 힘들다고 하는 마당에 보안기업들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0일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10대 국정과제에 '사이버보안 인재 10만 양성' 추진을 포함시켰다. 대학 내 관련학과 신설 추진 및 특성화 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별 교육센터를 설치해 오는 2026년까지 인력 10만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해 업계는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더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10만명이라는 숫자를 제시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기업들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았다"며 "교육 과정 개선을 통한 장기적 수급방안은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당장 지금이 급박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단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KISIA 관계자는 "보안개발, 컨설팅, 보안관제, 시스템 운용 등 크게 4가지 직무별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명확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컨소시엄을 통해 수요를 명확히 파악하고, 해당 기업들이 채용할 인력을 직접 교육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학연이 참여하는 인재양성협의회를 확대해 애로사항을 취합하고 정부부처에 안건을 건의하는 체계 구축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만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대학 등 교육과정 전반을 검토 중이며 새 정부 출범 이후 관계부처와 논의해 구체화할 예정"이라며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인재 수준이 올라가야만 국력과 산업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