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리포트] '광고비만 190억' 공정위도 겨냥한 발란...유니콘 일장춘몽?

대규모 광고집행에도 잇단 구설수, 이용자 이탈 조짐 본격화 번 돈으로 광고선전비 올인...투자시장 침체로 겹악재

2022-05-18     이수호 기자
사진=발란

명품 플랫폼 3사 중 한 곳으로 불리는 발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잇단 고객정보 유출에 이어 이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내부 악재가 빗발치고 있는데다 대외 환경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벤처시장이 보수적 환경으로 전환된 탓에 악재가 누적된 발란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200억원 가량 남은 현금보유고 탓에 투자유치는 시급한 분위기. 결국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할인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첫주(5.2~5.8) 발란 애플리케이션(앱)의 주간순이용자 규모는 약 29만명으로 4월말과 비교하면 20만명 가량 빠졌다. 절반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발란을 떠난 것. 업계에선 이같은 이용자 이탈 규모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대적인 이용자 이탈의 원인은 이른바 '네고왕 사태' 탓이다. 앞서 유튜브 채널 '네고왕' 홍보방송에 출연한 최형록 발란 대표는 당시 17%의 파격적 할인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소비자들은 발란이 할인 프로모션을 하기 전에 기존 가격을 오히려 올렸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이 이미 장바구니에 담아둔 제품의 가격이 오른 것이 확인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 뒤늦게 확인된 것. 17%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 전에 가격을 대폭 올리는 '꼼수'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로인해 공정위 조사와 더불어 이용자 이탈이라는 악재가 증폭된 상황이다. 

사실 발란은 한류스타 김혜수 씨를 앞세운 광고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 2015년 5월에 설립된 이후, 지난 2019년 SBI 크로스보더 어드밴티지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각각 두차례 네이버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성 덕에 명품 시장이 팽창하며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문제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코로나19 종결국면에 따라 사세 회복에 성공, 자연스레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발란은 매스마케팅에 더욱 공을 들였으나, 정작 목돈을 쓴 마케팅이 악재로 돌변한 모습이다. 실제 발란의 지난해 매출액은 522억원에 불과하지만, 영업손실은 186억원에 달한다. 손실규모는 1년전과 비교해 무려 3배 가량 늘었다. 올해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리한 광고선전비가 이어지고 있어 작년보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을 공산이 크다. 발란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무려 191억원에 달한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발란이 광고선전비로 지난해 무려 191억원을 투입했다는 점"이라며 "인지도 확보를 위해 배보다 배꼽이 큰 출혈경쟁을 지속했는데, 정작 고객 이탈 악재가 불거져 그간 쓴 돈이 모두 허공에 날아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SSG와 롯데쇼핑 등 압도적 협상력을 지닌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마다 명품 이커머스 시장에 참전을 선언, 발란을 더욱 옥죄고 있다. 최형록 대표의 지분율이 여전히 40.87%에 달해 외부투자가 절실하지만, 기대했던 밸류에이션을 맞추긴 어려울 것이란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말 기준 발란의 현금성자산은 약 213억원, 단기투자자산과 매출채권을 더해도 150억원 수준이다. 고객 이탈이 본격화한 만큼, 외부자금 유치 과정에서도 협상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흑자 경영이 가능한 무신사와 직접 비교가 어려운 사례인데다, 명품 시장의 경우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의 강점을 띄고 있어 영속적인 팽창이 쉽지 않은 업군"이라며 "대외이슈를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