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이슈] 당신의 사생활이 실시간 경매로 팔리고 있다?

애플, 새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공개 디지털 광고 시장의 '데이터 경매' 비판 '앱 개인정보 보호 리포트' 등 기능 강화

2022-05-20     남도영 기자
애플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디지털 경매' 광고 장면 /사진=애플 제공

 

"자, 다음 경매품은 친애하는 엘리양의 개인 데이터입니다"

당신의 이메일, 구매기록, 최근 거래내역을 누군가 몰래 사고 팔고 있다면? 애플이 이런 거짓말 같은 현실을 풍자한 광고를 공개하며 다시 한 번 아이폰에서 빠져나가는 개인정보에 자물쇠를 걸었다.


지금도 당신의 개인정보가 거래되고 있다

"이 거대하고 불투명한 IT 업계는 지난 10년간,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사용자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매일같이 진행되는 이 작업은 종종 사용자의 동의나 허락 없이도 이루어지죠."<애플,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 中>

날씨를 검색하고, 뉴스를 읽고, 쇼핑 후 결제를 하는 등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매 순간 당신의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 데이터는 당신이 모르는 동안 추적되고 결합돼 광고주들에게 경매로 팔려나간다. 우리가 의식도 하기 전에 사고 싶은 물건의 광고가 뜨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난해 애플은 '앱 추적 투명성'을 강화한 업데이트를 통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앱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하기 전에 사용자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한 것. 이 정책 변경으로 인해 맞춤형 디지털 광고를 제공하던 메타(구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빅테크라 불리던 기업마저 한 순간에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개인정보가 가진 힘은 막강했다.

애플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디지털 경매' 광고 장면 /사진=애플 제공

애플이 공개한 개인정보보호 백서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에 따르면 웹사이트, 앱, SNS, 데이터 브로커, 에드테크 기업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 속에 사용자의 사적인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런 데이터는 짜집기돼 공유되고, 합쳐지고, 실시간 경매에 올라 업계에 연간 2270억달러(약 287조)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대부분의 앱에는 개인정보 추적기가 내장돼 있다. 평균적으로 한 앱 당 6개의 추적기가 설치된다. 개발자의 앱 개발을 지원하는 SDK나 API에 추적기가 내장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런 추적기를 설치함으로써 개발자들은 당신이 개발자에게 공유한 데이터를 제3자가 수집할 수 있게 하기도, 이 데이터를 다른 앱과 다른 개인정보를 연결 지을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데이터 브로커는 이런 개인정보를 수집해 판매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한다. 보통 하나의 브로커가 전 세계 7억 명의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최대 5000가지 성향이 담긴 다양한 소비자 프로필을 완성한다. 온라인상에는 매일, 매시간 수십억 건의 디지털 광고가 사용자들에게 노출된다. 앱을 불러오는 데 걸리는 1000분의 1초 동안 실시간 경매가 벌어진다. 광고주들은 이 짧은 시간 동안 해당 광고 공간을 두고 입찰을 진행하며, 이때 광고 대상 기기 사용자의 추적 데이터가 활용되기도 한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끝없이 확인하고 차단하라

"얼만큼의 개인정보를 공유하고 싶은지 확인하세요. 매번 확인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질려서 그만 좀 확인하라고 할 때까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사용자가 공유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지 역시 정확히 고지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 2010 올 싱 디지털(All Things Digital) 콘퍼런스에서>

사적인 데이터가 과도하게 수집된다는 공포심이 커지면서 개인정보보호 기능은 스마트폰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이슈화한 애플은 사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만을 안전하게 공유하고, 어떤 개인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지 이해하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는 '앱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를 통해 각 앱의 네트워크 활동, 웹사이트의 네트워크 활동, 가장 자주 접촉한 도메인의 내역 등에 대한 리포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iOS 15.2'와 'iPadOS 15.2'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는 앱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에 접근해 앱들이 위치 서비스, 카메라, 마이크 등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부여한 권한을 앱이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앱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 /사진=애플 제공

애플 측은 "앱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는 사용자가 이용하는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취급하는 방식에 관해 보다 완전한 그림을 보여준다"며 "앱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에는 특정 종류의 정보와 기기 센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용자가 부여한 권한을 앱이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의 모바일 브라우저 '사파리(Safari)'의 개인 정보 보호 리포트는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 사용자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차단된 대상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또 '사파리에서 크로스 사이트 추적 방지하기' 기능을 통해 타사 콘텐츠 제공업체가 여러 웹 사이트에서 사용자를 추적해 제품 및 서비스를 광고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애플 개인정보보호 캠페인 '디지털 경매' 광고 장면 /사진=애플 제공

광고 중 소개된 '이메일 개인정보 보호'는 맥, 아이폰, 아이패드 내 '메일'(Mail) 앱에서 수신자가 메시지를 열람하는 시기 및 횟수, 메일 전달 여부, IP 주소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 정보를 발신자가 학습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기능이다.

또 '애플 페이'를 통해 사용자의 구매 내역을 추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플 측은 "애플은 사용자가 애플 페이로 사용하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및 선불카드 번호를 저장하지 않으며, 관련 정보에 접근 권한이 없다"며 "애플 페이를 신용카드, 직불카드 및 선불카드로 사용할 경우, 애플은 사용자에게 귀속된 그 어떠한 거래 정보도 보유하지 않는다. 즉, 사용자의 거래는 사용자와 상인, 개발자, 그리고 사용자의 은행 및 카드 발행처 간에만 공유된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