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M 트렌드] 지갑을 버려라, 스마트폰을 들어라
지갑을 뒤져보자. 혹시 신용카드, 각종 포인트 적립 카드, 카드키, 공연표 등으로 불룩하다면 당신은 아직 아날로그를 벗어나지 못한 거다.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의 지갑을 통째로 삼키려 하고 있다.
한국인 손에서 지갑 없앤 '삼성페이'
만약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페이'가 없었다면 한국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이 좀 더 팔렸을 수도 있다.
2015년 삼성전자는 지갑 속의 현금과 각종 신용카드를 대신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선보였다. '갤럭시 S6'에 처음 적용된 이후,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핵심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 서비스로 많은 이들이 지갑에서 해방됐다.
삼성페이를 맛 본 사람은 아이폰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을 만큼, 적어도 국내 환경에선 압도적으로 편하다. 신용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매장은 물론, 심지어 자판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국내 갤럭시 스마트폰 점유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만큼 결제 수용성 또한 매우 높다.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도 아이폰 사용자들이 부러워하는 지점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페이와 삼성패스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페이는 결제는 물론, 스마트폰를 집이나 자동차 키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키'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 조회'와 항공권, 영화표 등을 넣어둘 수 있는 '티켓'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우린 외상도 된다…애플페이의 진화
해외에선 또 얘기가 다르다. 애플에도 '애플페이'가 있다. 최근 애플은 연례 개발자 대회 'WWDC22'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구매 대금을 6주간 최대 4회에 걸쳐 수수료와 이자 없이 지불하는 '애플페이 레이터'를 공개했다. 현지에선 최근 성장 중인 선결제-후지불 서비스인 'BNPL(Buy Now, Pay Later)'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신용도 평가도 애플이 직접하는 것으로 알려져 '애플뱅크'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이달 중 아이폰끼리 서로 접촉하면 대금을 지불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카드 단말기 같은 별도 장비 없이도 아이폰만 있으면 애플페이 이용자들끼린 결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애플지갑 속 금융 서비스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아직 한국에선 해당 사항이 없다.
비행기 탑승권, 디지털 운전면허증, 디지털 자동차 키 등도 일찍부터 애플지갑 속으로 들어왔고, 사용처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애플지갑의 궁극적 목표는 실물 지갑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도 가만 있을 순 없다
구글도 이런 '지갑 쟁탈전'을 손 놓고 보고만 있진 않는다. 구글이 올 가을 선보일 최신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13'에서는 새로운 '구글 지갑' 탑재가 전망되고 있다.
구글에 따르면 앞으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은 구글 지갑을 통해 '구글 페이' 서비스가 지원되는 모든 곳에서 휴대전화를 대는 것만으로도 결제를 진행할 수 있다. 또 이 지갑은 디지털 자동차 키, 백신 접종증, 교통카드, 학생증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구글은 연내 디지털 신분증을 구글 지갑에 포함시키기 위해 미국 주 정부 및 전세계 정부와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교통카드를 구글 지갑에 저장하면 구글 지도로 경로를 검색할 때 해당 카드의 종류와 잔액도 자동으로 안내하는 등 연계 서비스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