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View] 카카오모빌리티 상생한다더니 매각? '꼬리 자르기'가 카카오식 혁신인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의장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나란히 3번이나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당해 국정감사는 일명 '플랫폼 국감'이라 불릴 만큼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와 골목상권 침해 이슈가 집중적으로 다뤄졌고, 택시기사들과 수수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카카오모빌리티는 대표적인 '악당'으로 지목됐다.
당시 김 전 의장은 "자회사들의 성장에 취해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최근에 있었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기업으로써 초심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정말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하겠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이미지를 벗기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을 약속했고, 이 중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 종사자를 위해 500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김 전 의장의 말과 달리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업계에선 매각 이유 중 하나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자회사로 데리고 있는 데 카카오가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상생하겠다더니, 이제 와서 부담스러우니 팔아버리겠단 얘기다.
왜 파는가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협상은 보류된 상태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선 "매각 가능성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사내 커뮤니티를 통해 직원들에게 "혹시나 주주 구성 변화가 이루어 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크루분들의 권리가 침해 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각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은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를 투자 회수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투자자인 TPG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서두르다 최근 금리 인상기를 맞아 공모시장이 얼어붙자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IPO만 믿고 있던 대주주 카카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투자 당시 계약 조건에 따라 TPG가 엑시트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매각을 통해 TPG와 맺은 계약 조건을 이행하면서, 동시에 문제 소지가 있는 사업을 정리하는 '일석이조'를 노릴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몸값은 가장 최근에 8조5000억원을 인정받았고, 상장시 13억원 규모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카카오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결국 매각은 '돈' 때문이라는 얘기다.
혁신의 가치는 결국 '돈'?
카카오모빌리티는 김 전 의장이 수많은 계열사 중에서도 특히 아끼는 회사로 알려져왔다.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 가면 커다란 황금색 라이언이 서있는데, 지난 2019년 회사가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기념으로 김 전 의장이 직접 수여한 동상이다. 이 동상은 '잘 자라난 카카오 주니어'의 상징 같은 의미라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섰고, 당기순이익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2017년 분사 이후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친숙한 카카오 브랜드를 통해 초기 택시호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데 성공했으나, 2019년 카풀 서비스가 택시 기사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딛혀 좌초됐고, 분신사고까지 일어나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 이후 등돌린 정부, 정치권, 택시업계 사이를 뛰어다니며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낸 덕에 간신히 가맹택시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허나 이후에도 무언가 수익화를 하려고 할 때마다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허나 모빌리티 산업은 택시만 있는 게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자율주행, 도심형항공(UAM), 디지털트윈 등의 '넥스트 모빌리티' 신사업을 준비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모빌리티가 미래 유망 산업이라는 점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분야에서 국내 가장 앞선 기업 중 하나다. 카카오가 혁신에 기반한 기술기업이라면 이런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최근 이 회사에 투자한 기업들은 구글, LG, GS 등이다. 대기업들도 주목하는 미래 유망기업을 왜 급히 매각해야 할까?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 T' 플랫폼은 '카카오톡'에 기대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카카오 공동체의 몇 안되는 플랫폼이다. '비욘드 모바일' '비욘드 코리아'를 외치는 카카오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공동체의 대표주자다. 김 전 의장은 지난 국감에서 "글로벌 혁신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카카오 공동체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잘라내며 남길 수 있는 건? 결국 돈밖에 없다. 누구를 위해 미래를 파는가? 카카오 자회사들은 결국 혁신으로 포장된 돈벌이 수단인가?
잃어버린 신뢰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카카오 공동체의 핵심 자회사이자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이란 자부심으로 택시 업계의 견제와 국민들의 모진 질책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국내 모빌리티 산업을 개척해왔다. 택시기사들과 뒹굴고 대리기사들과 싸우며 사업을 키워온 직원들은 매각설을 접한 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매각보다 더 배신감이 드는 건 '카카오가 돈 때문에 우릴 버렸다'는 지점이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 가입률이 카카오 공동체 중에서 낮은 편이었지만, 이번 일로 며칠 새 노조 가입이 급증해 과반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고려하며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플랫폼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상호 신뢰를 잃어버린 공동체가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참해 논란에 이어 올해는 경영진의 '모럴해저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잇딴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며 투자자들이 울상을 지었고, 상장된 자회사에서는 경영진이 보유 지분을 몽땅 팔아버리며 주가 급락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영진과 일부 투자자들만 큰 부를 누리고, 카카오를 믿고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과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은 손해만 본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국민들은 카카오가 무언가 사업을 시작하면 "또 상장하려고?"라는 의문을 던진다. 쪼개기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불리는 카카오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라이언과 노란색만 보이면 어떤 사업을 해도 성공할 것만 같았지만, 이제는 불신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직원들조차 공동체를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상장이 안되면 매각이라도 한다는 자세로 과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아직 매각은 '설'이고 수많은 의문부호만 떠다닌다. 하지만 이미 '설'만으로도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