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대표 후보자가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박병무 대표 후보자가 공동대표 체제 출범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2024년을 글로벌 정복의 해로 규정해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탈내수 행보가 올해 빛을 발할 전망이다.

28일 엔씨소프트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판교 본사에서 주주를 맞이했다. 최근 과감한 경영진 개편을 띄운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는 주총장 대신 직접 미국행을 결정, 사실상 전문 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부인인 윤송이 사장과 동생 김택헌 부사장의 이선후퇴와 더불어 외부 인사인 박병무 공동 대표에게 힘을 싣어주겠다는 것. 실제 이날 주총은 박 대표가 주도했다. 

이날 박 대표는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엔씨소프트는 여러 중요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며 "20여년의 숱한 역경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체 개발한 다수의 흥행 IP를 보유하고 있고, 우수한 인재와 자산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과 실패 노하우도 축적돼 있어 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다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고,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 "엔씨소프트는 변화와 혁신을 이미 시작했고, 모든 임직원은 상호보완하는 원팀으로 결집해 고객에게 새로운 만족을 주는 전략을 창출할 것"이라며 "올해가 엔씨의 글로벌 원년으로 올해 새로운 장르들의 게임이 글로벌에 대거 출시되고, 모든 게임을 글로벌 위주로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표는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직접 거론했다. 창업주인 김 대표 대신, 본인이 새로운 역할을 맡겠다는 취지다. 그는 "글로벌라이제이션, 경영효율화, 데이터 작업 프로세스 완비, M&A와 투자를 통한 IP 확보가 핵심 키워드로 2024년은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 김택진 대표가 계속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부터 과감한 글로벌 확장 행보를 잇고 있다. 글로벌 게임유통사 아마존과 손을 잡고 TL의 북미-유럽 진출을 도모하는 동시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 글로벌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김택진 대표와 짐 라이언(Jim Ryan) 대표가 만나 파트너십 계약을 직접 진행,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가 소니의 간판 게임 프랜차이즈 '호라이즌' IP를 활용한 신작을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소니와의 추가 협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이며, 아직 초기 개발이긴 하나 리니지 IP가 아닌 외부 IP를 받아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텐센트 모멘텀 역시 글로벌 엔씨소프트의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텐센트는 엔씨소프트 사옥을 직접 찾아 블레이드앤소울2 등을 비롯한 엔씨소프트 주요 게임의 현황 파악 및 중국 현지서비스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3년전 맺은 글로벌 파트너십의 주인공이 텐센트였다는 얘기다. 

사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 9월 "모바일 IP 5종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며 공시했으나, 계약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당시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는 "계약 당사자와의 기밀유지 합의에 따라 계약 조건을 오는 2025년 9월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가 텐센트에 이어 소니까지 손을 잡은 것은 멀티 플랫폼 전문 개발사 타이틀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열린 지스타 2023을 통해 내수형 게임이 아닌, 다채로운 장르의 멀티플랫폼 신작들을 다수 공개한 바 있다.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리니지 IP 기반의 모바일 MMORPG 대신 슈팅 게임 등을 차기 먹거리로 소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업계에선 김 대표의 미국행 역시 글로벌 제휴 행보의 일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영은 박 대표가, 개발은 김 대표가 총괄하는 이원화 방식이 빠르게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내부는 멀티플랫폼 제작사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일부 나마 남은 '린저씨'들을 통해 일정 수준의 캐시를 수취하면서, 멀티플랫폼 대작을 연이어 내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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