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은 누구에게나 흔한 일…어떻게 분쟁에 임해야 하는가를 알기란 쉽지 않아
말과 행동을 객관화하고 자기반성해야…왜 화가 났는지도 분명하게 말해줘야
제삼자는 빠지고 당사자끼리 마주해야…무엇을 얻고 잃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양준철 님 / 캐리커쳐=디미닛
양준철 님 / 캐리커쳐=디미닛

우리는 살면서 간혹 분쟁의 직접 참여자로서, 때로는 주변 인물로서 분쟁을 마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입장과 해석을 갖고 살아가기에 분쟁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분쟁에 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잘 알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그동안 다양한 분쟁의 직접 참여자 내지는 주변 인물로서 분쟁을 마주해왔다. 분쟁이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내가 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 충분히 객관화하고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분쟁에서 표면적으로 승리하는 방법은 '화술'이나 '세력을 통한 여론 조성' 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승리일 뿐이다. 분쟁의 원인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잘못이 없지 않은 이상 화술이나 여론 조성으로 인해서 승리하는 싸움이 계속되면 승리자에게 오만과 독선이 생기기 쉽다. 이는 결국 '자기반성'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승리자가 세력이라고 생각했었던 사람들이 승리자 자신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우리의 감정을 알지 못해

둘째, 왜 화가 났는지 분명하게 말해줘야 한다. 상대가 한 말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분이 나빠도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우리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됐고, 왜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무엇이 감정을 상하게 했고, 왜 그것으로 인해서 감정이 상했는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자신의 문제점을 전혀 찾지 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상대방을 최악으로 향하게 하려면 아무런 피드백을 주지 않고 멀리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같은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최악으로 몰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왜 상대의 말과 행동이 우리의 감정을 상하게 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줘야 한다. 

셋째, 제삼자는 빠지고, 당사자끼리 마주해야 한다. 어떤 분쟁이 발생하면 항상 당사자 보다도 그 주변 인물들이 더 나서는 경우가 있다. 주변 인물들이 분쟁 당사자를 아껴서 그런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개는 편을 들어줌으로써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입안의 혀처럼 느껴져서 달콤할 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또다른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기초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나와 가까운 사람이 하는 말이 옳고, 나와 먼 사람이 하는 말은 틀리다'라는 식의 말이나 글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 맞아 내가 옳아 내가 무조건 맞아'라고 생각하기보다 앞서 언급한 첫째와 둘째 사항을 통해서 당사자끼리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끝으로 분쟁의 전리품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분쟁이 지속되는 이유는 승리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때때로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분쟁을 '개싸움'이라고 표현한다. 머리가 뜨거운 사람들은 '승리했다'는 감정이 다른 어떤 희생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상대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하고, 상대의 감정을 난도질해 상대방이 나가떨어지게끔 시도한다. 그러면 분쟁에서 승리할 순 있다. 하지만 알아둬야할 점이 있다. 상대방과 그 주변 인물들 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내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 가장 많이 손해를 보는 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 

이 글 역시 '분쟁'에 대한 필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썼기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글을 쓸 때마다 항상 나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준비한다. 누군가 내 글이 틀렸다고 말하면 나는 그 사람이 믿을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수용할 생각이 있다. 내 글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말하면 생각의 차이를 놓고 기꺼이 토론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해왔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었어도 우리가 싸워야 할 이슈들은 여전히 넘쳐난다. 개인의 정신적·감정적 승리 욕구는 잠시 뒤로 하고, 우리가 지금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과 맞서 싸워야 할지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글=양준철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양준철 님은?

145만 유저가 활동하는 국내 최대 규모 종합 이벤트 비즈니스 플랫폼 '온오프믹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자, 동남권 최초의 액셀러레이터인 '콜즈다이나믹스'의 공동창업자(CSO)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첫 창업을 한 뒤 다음(Daum), 네오위즈/첫눈, 투어익스프레스 등 국내 인터넷 관련 기업의 사업기획 및 연구개발(R&D) 부문의 경력을 쌓은 뒤 2010년 온오프믹스를 창업했다. 현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영위원이자 엔젤투자자 겸 창업가 멘토로 활동 중이며,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밤낮없이 뛰고 있다. 저서로는 '위대한IT벤처의탄생' '스타트업 CEO를 위한 모든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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