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여성 서사가 풍년이다. 영화 '바비'를 제작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부터 일본 배우 키시이 유키노를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에 올려놓은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 대기 중이다. 조선판 히어로로 분한 이하늬의 '밤에 피는 꽃'도 놓치지 말자. 작품성과 진한 여운, 웃음까지 모두 잡을 수 있다.


1800년대를 살아내는 여성의 얼굴이란

이번 주 넷플릭스 라인업에서 '작은 아씨들'을 찾아볼 수 있다. 화면을 켜자마자 영화가 등장했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2020년 개봉한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5%, 팝콘 지수 92%를 기록 중이다. 배우와 작가, 음악가와 화가를 각각 꿈꾸던 네 자매의 이야기를 1800년대 시대상에 녹여 그려냈다.

사진=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사진=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영화는 미국 소설가 루이자 알코트의 고전소설 '작은 아씨들'을 원작으로 했다. '프란시스 하'에 주연으로 출연한 그레타 거윅이 메가폰을 잡고 연출했다. 거윅은 이 영화로 2020년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각색상, 2020년 제54회 전미비평가협회 시상식 감독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다. 작품성이 보장된 영화라는 방증이다.

화려한 출연진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원한 헤르미온느 엠마 왓슨이 첫째 멕 마치 역을 열연한다. 유려한 영상미로 유명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연배우 시얼샤 로넌은 둘째 조 마치를 맡았다. "존재 자체가 곧 개연성"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별명처럼 달고 다니는 티모시 샬라메에 명품연기를 자랑하는 메릴 스트립까지 거를 타선이 없다.

다만 국내 관객 수는 86만 명으로 그렇게 많지 않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오는 17일 멀티플렉스를 통한 재개봉 일정도 예정돼 있으니 지친 눈과 귀에 휴식을 선물하자. 한 편의 좋은 영화는 마음 편한 휴식과 다름없으니.


복서, 소리 없는 세상의 키시이 유키노

선천적인 청각장애로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여성 복서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이 왓챠를 통해 공개됐다. 재개발지에 위치한 소규모 복싱장에서 훈련을 거듭하던 프로복서 케이코가 앞날을 고민하며 망설이는 동안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를 줄기로 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울림을 더한다.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틸컷
사진=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틸컷

작품은 일본 프로복서 오가사와라 케이코의 자서전 '지지 마!'를 영화화했다. 복싱을 소재로 인간을 그렸다는 점에서 흔한 스포츠 물보다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이윽고 바다에 닿다'로 우리에게 알려진 키시이 유키노가 주연을 맡아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진중하고 선명하다. 제목에서 얼핏 로맨스의 향기를 풍기지만, 영어로 표기하면 'Small, Slow But Steady'(작고, 느리지만 꾸준하게)와 같은 뉘앙스가 된다. 이은선 영화 전문기자는 "인물과 세상을 향한 가열차고도 정성스러운 응시"라고 영화를 평했다. 조금은 묵직하게 다가오더라도 사람 냄새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영화를 놓치지 말자.


'전공' 찾은 이하늬, 코믹 연기 존재감 뿜뿜

'밤에 피는 꽃'은 12일 첫 방송을 시작해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50분 MBC를 통해 시청자를 찾아간다. 코믹 연기 장인 이하늬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15년 차 수절과부 여화로 분해 조선판 히어로를 연기한다. 이에 더해 '별에서 온 그대'와 '뿌리깊은 나무'를 연출한 장태유 PD가 메가폰을 잡았으니 '꿀잼'은 이미 시작됐다.

사진=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 스틸컷
사진=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 스틸컷

반전을 선사하는 캐릭터도 매력을 더한다. 주인공 여화는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조신한 양반집 며느리로 살아가다가 해가 지면 인기 상단의 주인이 된다. 복면을 쓰고 약한 자들을 구하는 의인 노릇도 마다하지 않으니, 이 속에서 피어나는 수호(이종원 분)와의 로맨스를 어찌 방관할 수 있을까. 드라마는 씹고 뜯으며 감상할 때 재미가 배가 되는 법.

웹툰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다수 드라마들이 원작의 흥행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관행과 달리 '밤에 피는 꽃'은 동일한 원안을 바탕으로 웹툰과 드라마가 동시에 제작됐다. 지난해 8월 연재를 시작한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 것.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제공 중인 웹툰은 현재 70만 뷰 이상을 기록 중이다.

다만 흥에 취할 방송 시간대가 문제라며 문제. 하지만 우리에겐 OTT가 있으니 큰 걱정 없다. 웨이브는 12일부터 '밤에 피는 꽃'을 서비스한다. 시청시간이 일부 겹치는 KBS 2TV '고려 거란 전쟁'도 웨이브에 있다. 토요일 밤 채널 쟁탈전은 아무 의미 없다는 이야기. 이하늬의 따끈한 신작을 이번 주 감상하고, 모자란 시청분은 웨이브로 느긋하게 감상해보자. 대세는 따라가야 제맛 아닐까.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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