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2024가 개막 이틀째를 맞이한 19일(현지시간) 모스콘센터 사우스홀 세션장 앞에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GDC 2024가 개막 이틀째를 맞이한 19일(현지시간) 모스콘센터 사우스홀 세션장 앞에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2024가 22일(현지시간)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매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는 GDC의 올해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지난해부터 게임 개발 생태계에 불어 닥친 AI 열풍은, 올해 열풍을 넘어 기존 생태계를 집어 삼킬 기세다.

과거 숙련된 개발자 수십명이 달라 붙어서 처리해야 할 일을 생성형 AI가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 버리는 시대다. 게임 제작 기간의 획기적 단축이 가능해지면서 게임사들은 '비용 절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다. 동시에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을 AI가 하게 되면 당장 일자리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게임업계는 AI를 만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기존과 다른 게임 제작 시스템, 게임 회사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넘어, 누구나 손쉽게 게임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누구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 AI가 그 시대를 앞당기고 있고, 게임 기업들도 이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는 것이 GDC를 통해 증명됐다.


유니티와 언리얼, 게임 엔진은 '누구나 '개발자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GDC의 주인공인 게임 개발자, 그리고 그들을 고객으로 하고 있는 게임 엔진 기업들은 늘 GDC에서 진화된 게임 제작 툴을 선보인다. 양대 게임 엔진으로 군림하고 있는 유니티와 에픽게임즈는 이번 GDC에서도 또 한번 진화한 게임 엔진을 선보였다.

마크 위튼 유니티 최고 제품 및 기술 책임자(CPTO)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니티 제공
마크 위튼 유니티 최고 제품 및 기술 책임자(CPTO)가 테크M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니티 제공

유니티는 AI와 혼합현실(XR) 지원을 늘리고 고품질 그래픽 지원을 강화한 유니티6를 오는 5월 프리뷰 버전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정식 버전은 올 가을 출시될 예정이다. 유니티6의 핵심 기능은 그래픽 퍼포먼스다. 유니티는 고품질의 그래픽을 개발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니티6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모듈처럼 마우스 클릭 한번이면 바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그래픽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니티는 유니티6로의 진화가 궁극적으로 게임 개발자들의 창의성 향상까지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DC 기간 도중 테크M과 만난 마크 위튼 유니티 최고 제품 및 기술 책임자(CPTO)는 "좋은 게임은 AI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듬어 나가며 개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면서 만들어진다"며 "AI가 다듬는 작업, 조금씩 움직이는 작업을 더 빠르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는 곧 유니티가 추구하는 누구나 게임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20일 GDC 2024에서 에픽게임즈가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 기조연설을 통해 발전된 언리얼 엔진 5.4와 올해의 전반적인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20일 GDC 2024에서 에픽게임즈가 '스테이트 오브 언리얼' 기조연설을 통해 발전된 언리얼 엔진 5.4와 올해의 전반적인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임경호 기자

에픽게임즈도 게임 엔진 언리얼 5.4버전을 선보이면서 더 많은 창작자를 생태계로 끌어 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트나이트 언리얼 에디터(UEFN)에 레고 지식재산권(IP)을 도입하고 창작자들도 레고를 활용해 게임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한 것. 레고 IP 도입 외에도 에픽게임즈는 UEFN에 메타 휴먼 크리에이터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누구나 쉽게 메타휴먼 애니메이터를 사용해 NPC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GDC 현장에서 만난 에픽게임즈 관계자는 "대형 게임 회사가 아닌 개인 개발자가 레고와 IP 계약을 체결하고 레고 기반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UEFN을 통해 개인 개발자들도 레고 IP를 활용해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로블록스도, 넥슨도 창작자와의 '동행' 강조

'누구나' 고품질 게임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비단 게임 엔진 기업만은 아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세계를 강타한 로블록스도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창작 도구로서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크리에이티브 펀드를 통해 물질적으로 창작자를 지원하고, 폭넓은 하드웨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로블록스가 18일(현지시간) 'GDC 2024'에서 발표한 '아바타 자동 설정' 예시. /사진=로블록스 제공
로블록스가 18일(현지시간) 'GDC 2024'에서 발표한 '아바타 자동 설정' 예시. /사진=로블록스 제공

GDC 현장에서 만난 매튜 커티스 로블록스 개발자 관계 부문 부사장은 "창작에 대한 장벽이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누구나 창작을 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며 "그들의 창의성이야말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언급했다.

갈래는 다르지만 국내 대표 게임 기업 넥슨의 방향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은 이번 GDC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게임 생태계인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소개하고 생태계의 핵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N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했다. 넥슨의 추구하는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는 토큰을 보유한 이용자들이 게임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형태다. 특히 아이템 발행이라는 게임사 고유 권한을 이용자들에게 내어 주겠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GDC 현장에서 만난 황선영 넥슨유니버스 대표는 "20년 동안 메이플스토리를 넥슨이 이끌어 왔다면, 그 다음 20년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며 "누구나 메이플스토리 애셋을 활용해 게임을 만들고, 메이플스토리 애셋이 대체불가능한토큰(NFT)으로 게임 외부에서도 활용되는 '유니버스'를 만들려 한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GDC 2024에서 넥슨이 인근 식당을 빌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SU) 라운지를 꾸렸다. MSU 라운지에서 글로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GDC 2024에서 넥슨이 인근 식당을 빌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MSU) 라운지를 꾸렸다. MSU 라운지에서 글로벌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사진=허준 기자

한편 이번 GDC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3년째 GDC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위메이드는 여러번의 강연 세션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의 성과를 공유하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플레이' 합류를 독려했다. 출시 후 동시 접속자 수 30만명을 돌파한 나이트 크로우의 흥행 비결로 멀티토큰 경제시스템과 캐릭터 NFT를 소개하는 세션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블록체인 레이어1 메인넷 아발란체는 GDC 2024의 부대행사인 GDC 엑스포에 대형부스를 차리고 고품질 그래픽의 블록체인 게임들을 선보였다. 특히 트리플A 게임을 표방하는 총싸움게임 '슈라프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 아발란체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와 협력한다고 밝혀 업계 관심을 끌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허준 기자 joon@techm.kr 임경호 기자 lim@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