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잔=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잔=카카오

 

카카오의 첫 여성 CEO 정신아의 카카오호가 닻을 올렸다. 1세대 인터넷 기업인들과 달리 벤처 생태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더불어 특유의 세심함을 앞세워 국민 인터넷 기업 카카오를 빠르게 정상화시키겠다는 각오다. 


내정자 딱지 뗀 CEO 정신아 "AI 서비스로 새 성장동력 확보"

카카오는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정신아 대표이사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날 정 대표는 "쇄신 작업에 속도를 더하고, 카카오만이 할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의 지휘봉을 잡게 된 정 대표는 카카오 창사 이래 첫 여성 CEO다. 그는 1975년생으로 올해 만 49세다. 과거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표 자리를 꿰찬 임지훈 전 대표 만큼, 파격적이라 볼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인 카카오를 지휘하기에 걸맞는 경륜을 갖췄다는 평가다. 동시에 40대 워킹맘으로, 카카오 그룹사 내 조직원 신망도 두텁다. 무엇보다 카카오 주요 그룹사 실무진들과 함께 동거동락한 세월이 상당해 리더십 측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정 내정자는 여러모로 과거 임 전 대표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과거 이석우-남궁훈-조수용-여민수-홍은택 전 대표의 경우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와 NHN 시절 동거동락했거나, 비슷한 연배의 남성 CEO였다. 이들은 유사한 시기 성장해,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의사결정을 내리던 그룹이다. 일종의 1세대 인터넷 기업 CEO 세대라 볼 수 있다. 

반면 정 대표는 NHN을 거치긴 했지만, 김 창업주와 같은 시기 NHN을 다니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세대 아래의 IT 인사로 소위 '브라이언 브라더'로 불리기엔 결이 다르다. 오히려 그는 임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투자 전문가로서, 미래 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한 인물이다. 

실제 그는 스타트업 생태계 베테랑으로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APAC) 전략 매니저와 NHN 수석부장 등을 거쳤다. 네이버-다음에서 동거동락한 기존 1세대 인터넷 전문경영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 특히 그는 카카오벤처스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줄곧 헬스케어와 블록체인 등 미래 먹거리 개척에 몰두해왔다. 기존 카카오 그룹사 경영과도 상당수 거리를 둬왔다. 투자 전문가이면서도 최근 이슈가 된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산적한 그룹사 이슈와도 얽히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정 대표에게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 개척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부는 브라이언이 직접 맡아 풀겠다는 것. 무엇보다 정 내정자는 벤처 시장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10여년간 일하며 스타트업부터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다양한 기업을 접하고 이들의 애로를 일일이 해결해줄 만큼, 폭넓은 이해도를 지녔다는 후문이다.

당면한 이슈는 역시 인공지능(AI)이다. 카카오는 네이버 등 여타의 인터넷 기업과 달리, AI 서비스 개발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가 기하급수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막대한 데이터를 지닌 카카오는 존재감이 희미한 탓이다. 이에 관련 서비스를 빠르게 준비, 대중에게 선보여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조성준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조성준 기자

 


내부 안정 시급...주요 인사 인선이 첫 과제

지난해 12월 내정자로 선임된 정 대표는 그간 쇄신 TF장과 CA협의체 위원장을 맡아 임직원 대면 등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상호 전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를 영입하고, 주요 계열사 리더급 인선을 진행했다. 다만 여론이 좋지 않은 정규돈 카카오뱅크 전 CTO가 카카오 그룹사 CTO로 영전, 내부적 반발에 직면하며 내홍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수습하고 여론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정 대표의 첫 과제다. 

사실 카카오 내부에선 정 대표의 벤처 경륜보다, 내부를 안정시킬 '언니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역량 뿐 아니라, 인품 역시 대표 내정의 큰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대표는 함께 한 모든 이들이 믿고 따를 만큼, 훌륭한 인품과 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주요 계열사 대표 뿐 아니라, 실무진까지 인정할 만큼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해 브라이언이 믿고 맡긴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 정 대표 취임 이후, 경쟁사 뿐 아니라 판교 테크노밸리 내 주요 인사들 모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한 상태다. 특히 카카오가 당장 모회사 체제 개편 뿐 아니라 수많은 계열사들의 지휘구조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며, 정 대표의 인품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CEO들도 일제히 새 인물로 바뀌며 정 내정자 체제 출범과 맞물린다. 정규돈 CTO 사례처럼 내외부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고강도 개혁이 뒤따를 공산이 크지만 정 대표의 '언니 리더십'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독립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가 출범한 만큼, 정 대표 홀로 난제에 직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는 대외적 문제도 있지만, 내부적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내부비리 폭로 등 신뢰 문제로 균열이 가해진 상황"이라며 "정 내정자는 믿고 따를 수 있는 CEO인데다, 존경 받는 워킹맘이라는 측면에서 젊은층 내부 단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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