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님 /캐리커쳐=디미닛
김동진 님 /캐리커쳐=디미닛

코로나19로 인해 밖에 나가기 쉽지 않은 시기다. 8개월 동안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집 밖으로 거의 나간 적이 없다.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게 너무 답답하고 힘들긴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혹시나 모를 불안감에 잠깐이라도 집 밖을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마트에 가야하는데 마트 가는 것조차 불안하다. 직접 보면서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구입하고 싶지만 시기가 시기인만큼 처음으로 재료를 인터넷으로 주문해봤다.

사실 나는 인터넷으로 채소를 시키면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상태가 안 좋은 식자재가 올까봐 불안한 마음도 컸다. 하지만 처음 받아본 식자재들의 상태가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표고버섯과 양배추, 양파, 당근을 시켰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복불복'일 것 같다. 인터넷 배송이 처음인지라 운좋게 상태 좋은 것이 배송됐을수도 있다. 다음에 시켰을땐 좋지 않은 상태로 식자재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만족도는 높다. 다음에도 또 주문해볼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아이를 데리고 마트를 가기 어려운 부모들에겐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오늘은 표고버섯소고기미음죽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표고버섯은 단백질과 비타민D가 풍부하고 면연력을 높이는 좋은 식재료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연력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서 면역력이 좋은 표고버섯을 재료로 선택했다. 생표고버섯보다 건표고버섯이 단백질과 비타민D가 훨씬 풍부하고 영양적으로 더 좋다. 하지만 나는 생표고버섯이 있어서 일단 생표고버섯으로 만든다.

흐르는 물에 버섯을 깨끗이 씻고 줄기는 잘라서 육수 낼 때 사용하기 위해 따로 보관하고, 갓 부분만 사용한다. 우리아이가 이유식을 너무 잘 먹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빠른 것 같아서 중기이유식을 빨리 시작해봤다. 초기 때는 쌀을 곱게 갈아서 사용했지만 중기로 넘어오면서 중간입자 크기로 쌀을 갈았다.

그런데 아이가 모든 물건을 입으로 넣기 시작하는 시기가 되니 한시라도 아이한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오늘도 이유식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오열을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이유식을 만들다말고 아이한테 달려가서 안아줬다.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아이가 진정이 됐다. 다시 바닥에 내려 놓으려고 하니 또 운다. 

이유식 만드는 것을 일단 멈추고 아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놀아주니 아이가 졸리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아이를 안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재웠다. 이렇게 아이를 재우고 나서 다시 이유식을 만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왜 '원더우먼'이고 '슈퍼맨'인지 아이를 키워보니 알 것 같다.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삶고 삶은 물은 육수로 사용하고 건더기는 건져서 믹서기에 넣었다. 오늘은 사기 절구를 던져버리고 믹서기를 사용했다. 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기절구에 갈아서 사용하는 것은 정말 비효울적인 것 같다. 아니, 내자신이 비효율적이라고 믿고 싶은 것 같다.

표고버섯과 소고기 입자를 쌀알 1/3크기로 갈아줬다. 이전에는 사기절구에 10분 이상 갈았다면 믹서기로는 10초면 된다. 역시 육아는 '아이템빨'인 것 같다. 이유식을 만들 때 아이가 자꾸 보채고 눈을 땔 수가 없으니 이유식 만드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제부턴 '템빨'로 밀어붙여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냄비에 육수를 넣고 간 쌀과 소고기 표고버섯을 넣고 중불에 끓여준다. 완성된 이유식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우리아이는 중기이유식도 잘 먹고 잘 소화시키면 후기이유식을 빨리 시작해볼 생각이다.

요즘 우리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사물에 관심도 많이 보이고 보이는 건 전부 만지고 입으로 들어간다. 품에 안겨만 있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기어다니고 호기심 많은 아이로 자랐는지... 아이를 키우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우리아이를 보면 기특하면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힘내시라는 말과 함께 존경을 표하고 싶다.

(재료)
불린쌀100g
소고기50g
표고버섯 30g
육수 650ml

(레시피)
1.불린쌀을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다
2.흐르는물에 표고버섯을 씻고 줄기는 따로 보관한다. 갓 부분을 알맞게 잘라준다.
3.끓는 물에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삶는다
4.삶은 표고버섯과 소고기를 믹서기에 갈아준다.
5.냄비에 육수 600ml와 간 쌀과 표고버섯 소고기를 넣고 중불에 8분정도 농도를 봐가면서 끓여준다
6.이유식 용기에 담아 식힌 후 냉장보관 한다.

 

글=김동진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김동진 님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수년간 요리사로 일했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긴 이후 팬을 잠시 멈추고 육아대디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이 아니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요리사 출신으로 아이에게 최고의 이유식을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와 제품을 사용해 이유식을 만들고 있다. 그런 그가 테크M 독자들을 위해 자신의 이유식 레시피를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