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
사진 = 네이버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모빌리티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글과 애플, 테슬라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된 '커넥티드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손잡고 카플랫폼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모습이다. 이같은 네이버의 전략은 결국 PC와 모바일을 넘어 자동차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내비게이션보다 똑똑한 현대차 맛집추천…네이버 ID로 시동걸까 


지난 29일 네이버와 현대차그룹은 사업제휴(MOU)를 체결, ▲콘텐츠/서비스 사업 협력 ▲모빌리티 서비스 시너지 창출 ▲SME 대상 상생 모델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를 현대·기아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고, 네이버의 기능과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연동해 고객 편의를 증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차랑별 주행 정보와 연동된 네이버 알림 서비스를 통해 정비 시기에 대한 정보를 받거나, 차량의 정확한 주차 위치에 기반한 도보 길안내를 제공받는 심리스(seamless)한 서비스 경험도 가능하다. 디지털키와 네이버 아이디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 픽업&딜리버리, 세차 서비스도 구현 가능하다.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디지털키를 개발 중인 애플과 유사한 서비스가 나올 공산이 크다. 또한 네이버가 제공하는 주변 맛집과 원하는 장소 등을 추천받고 검색과 음원서비스 등을 손쉽게 즐길 수 있게될 전망이다. 

양사는 나아가 커넥티드카 및 친환경차, PBVPurpose Built Vehicle(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을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 유망 분야 등에서도 중장기적으로 협력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사진 = 네이버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사진 = 네이버

 


모터쇼 진출 3년 후…자동차의 두뇌 만드는 네이버 


사실 네이버는 지난 4년간 자율주행시대의 두뇌 역할을 할 고정밀 지도데이터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PC와 모바일 시대, 플랫폼 역량을 살릴 빅데이터는 충분히 확보된 만큼 이제는 차랑 관련 데이터 수집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네이버는 3년전 국내 IT업계에서 가장 먼저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시험허가를 따내고, 서울모터쇼 전시부스를 내며 자율주행 기술확보에 공을 들였다. 이후 서울과 판교 내 HD맵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네이버의 기술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서울 전역의 4차선 이상 주요 도로를 정밀 데이터화한 지도를 확보, 이를 외부에 공개했다. 노면 기호를 포함해 차선 단위 수준의 세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내비게이션은 물론 자율주행기술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높다는 게 네이버랩스 설명이다. 최근 성남시와 AI와 자율주행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판교 지역 정밀도로지도를 제작해 도심형 완전자율주행기술을 개발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네이버의 기술 덕에 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에서도 현재 위치를 끊김없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로 구조를 광범위하게 파악해 효과적인 경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울러 신호등과 횡단보도 등의 위치를 지도를 통해 미리 확인해 실시간 인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사진 = 네이버
사진 = 네이버

 


현대차 넘어 테슬라·벤츠도 네이버에 러브콜?


사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 중에서 미국의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토파일럿'이라는 기능을 사용하면, 차량의 감속 등 속도 제어 외에도 주변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독일의 벤츠, 아우디, 일본의 토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 대부분 주변상황 인지 뿐만 아니라 가속과 제동 등 차가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물론 네이버랩스가 이들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굴릴 수 있도록 '두뇌'를 제공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추정된다. 빅데이터를 쌓고, 검색 최적화를 통해 포털 사업을 키운 네이버가 자동차 역시 또하나의 포털로 인식하고 있는 것.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단순 자율주행이라면, 여기에 네이버의 빅데이터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가 결합되면 그 시너지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네이버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카셰어링-인포테인먼트 등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비서와 통역서비스 '파파고'를 결합한 관광차량 서비스외에도 자율주행차에서 손쉽게 네이버쇼핑을 즐기는 것도 먼 미래가 아니다. PC와 모바일을 넘어 자율주행차를 세번째 주력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네이버의 야심이 엿보인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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