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원래 목적 잊지 말아야...
경쟁 공시 체계가 아닌 동시 공시 필요
정기 모니터링 체계 및 제보 창구도 갖췄으면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지난 16일, 고머니(GOM2)의 셀시우스 5조 펀드 투자 허위공시 건은 3일 후 업비트 상장폐지 발표로 막을 내렸다. 부적절한 공시가 낳는 촌극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편으로는 거래소가 얼마나 공시에 있어 막강한 힘을 갖는지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즘은 람다256 시리즈A 투자유치 기사가 나면 커뮤니티에서 '그거 람다(LAMB) 코인하고 무관하다'는 설명을 해줘야 한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잘 나가는 것 같아서 다른 거래소에 '두'로 시작하는 두드림체인(DRM)을 사러 가는 '흑우'들도 있다. 설명해 주기도 민망할 정도의 촌극이 시시때때로 벌어지곤 하기에, 투자자에게 주는 정보 창구인 공시의 적절성은 과거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시장에서는 공시의 작은 워딩 하나, 양식 하나까지 신경을 써줘야 공정한 투자 환경에 보탬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공시의 자율성과 빈도가 지나치게 높고 문제들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로 보는 공시는 업비트와 쟁글에서 나오는데, 두 곳에서 시간차를 두고 공시되면서 같은 호재로 두세번 펌핑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공시 문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투자자 중 하나로서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싶다.


강제성 없는 투자자 보호는 생각보다 어렵다

공시를 소위 '펌핑'의 도구로 여기고, 돈버는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고머니 관련 글을 작성했던 필자에게 악플을 퍼부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공시 문화는 절대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정보 획득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개인 눈앞의 돈만 보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코인 시장은 주식 대비 가격 조작도 정말 쉽고, 증권 상장요건보다 문턱이 낮기 때문에 실체가 허술한 프로젝트들의 비중도 주식 시장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허술한 프로젝트에 대충 얼버무린 공시로 순간의 펌핑만을 허용했을 때 투자자가 맞게 될 미래는 절대다수의 손실 뿐이다.

현재 코인 시장은 공시 취지와 달리 공정한 정보 도달 면에서 상당한 취지 훼손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정이 어려운 쟁점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 공시 전 비밀을 강제하거나 보장할 수가 없다. 주식 시장과 달리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이 없어 지인들을 통한 알음알음 사전 유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보도자료나 다른 공시에 공개돼도 특정 거래소 공시가 될 때 가격이 재급등하는 기이한 현상은 코인 시장이 아니면 보기 어렵고, 이에 대한 맞춤형 규제를 들이밀기가 어렵다.

둘째, 공시에 의무가 없어 악재는 공시되지 않는다. 공시 내용에 대한 의심이나 프로젝트가 불법 다단계와 연루된 의혹 등 쟁글에서 그간 나왔던 '풍문해명' 건은 필자와 같이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이슈로 비롯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악재는 미공시시 처벌하는 강제적인 법적 조치 외에는 공시를 기대하기 어려워 애초에 '공시'보다는 '마케팅' 속성을 갖는 반쪽짜리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공시 회사도 먹고 살아야 한다. 공직유관단체의 감독 하에 있어 '먹고사니즘'보다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우선하는 증권 시장과 달리, 코인 시장은 공시라는 돈 되기 어려운 업무를 하면서 거래소나 공시 서비스 업체로서 수익을 내야 한다. 이는 공시 회사가 유무료 법인회원을 만들어 전파 정도에 차이를 두는 등 이 시장에만 존재하는 이상한 상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래소 공시의 경우 공시에 대한 외부 시선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원칙없는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딜레마 속에서도 더 나아질 방법을 건의라도 하고 싶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법제화가 하루빨리 진행되면 공시에 대한 강제성 부여가 가능하겠지만, 그날이 오려면 매우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공시업체 간의 합의를 통해 동시 공시를 해야 한다. 현재 쟁글은 공시를 제출하면 사실관계를 신속히 확인하여 공시를 등록하지만, 업비트는 지난번 허위공시 프로젝트 상장폐지 사건 후 공시 반려율과 보완요구로 인한 지연이 극도로 심해졌다. 그러다 보니 쟁글 또는 보도자료에 선공개된 공시가 나오면서 '기공개' 타이틀을 대부분 달고 나오는 그런 양상이 나타난다. 일부 업체는 '기공개' 말머리를 피하기 위해 쟁글에는 공시하지 않고 업비트를 택하기도 한다.

투자자에게 고르게 같은 시기에 정보 전달이 되는 목적을 유지하고 싶다면(실현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둘 사이에 합의가 필수적이다. 경쟁 공시 체계가 아닌 동시 공시가 필요하다. 공시는 '누가 더 잘 하는' 영역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시 대상 정보 중 일정 부분은 프로젝트별로 의무제출 및 정기 모니터링 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투자자 자산 가치에 영향을 주는 재무적 변동이나, 기업·단체·관공서와의 계약과 같은 공시사항들이 대표적이다.

호재성인 소각, 재락업, 계약 체결 등의 공시만 이루어지고 그 반대인 물량 언락, 계약 해지 등의 공시는 프로젝트가 자발적으로 하기 어렵다. 애초 계약 효력일, 토큰 메트릭스 관련해서 마일스톤별로 직접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무응답 사실을 대중에게 공개하거나 또는 상장 관련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제보 창구 공식화가 필요하다. 공시내용 사전 유출을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방 같은 커뮤니티에 당당하게 하는 경우들이 여전히 있다. 이 또한 정보의 공평한 도달이라는 공시 목적에 반한다. 하지만 공시업체가 모든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적발하는 데 무리가 있다. 따라서 제보 기반의 불이익이 필요하다. 제보 창구를 좀 더 확실히 하고, 이에 대한 제보자 비밀유지 및 보상도 명확히 한다면 지금보다 제보가 활성화되면서 사전 유출이 줄어들 것이다.

코인 시장은 종사자와 투자자 간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공시는 시작 취지 자체는 투자자를 위한 쪽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종사자를 위한 마케팅 창구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위기에 빠진 공시를 구할 수 있는 자정 분위기가 형성되는 시장을 보고 싶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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