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사 포트폴리오 조정...연말 지스타 콘솔 위주로 꾸려질 듯
강성 노조 탓에 인력 재편 쉽지 않아 경영진 속앓이

그래픽=픽사베이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을 벌였던 국내 게임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오히려 구조조정을 비롯한 슬림화 작업이 엿보여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모두, 경기 침체를 우려한 인력 재편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 또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다만 대형 게임사 상당수에 노동조합이 들어선 만큼, 과거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견 게임사 베스파는 100여명이 넘는 직원들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설립 멤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퇴사 수순을 밟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갈만한 게임사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대형게임사 A사 또한 최근 주력 개발자회사 운영 인력 상당수를 타 개발실 또는 계열사에 전환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인력은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노조가 없었던 A사 직원들 또한 결집하는 양상이다. 중견 게임사 B사 또한 글로벌 히트 지식재산권(IP)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올 들어 현금흐름이 악화하자,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IP 기반의 프로젝트 제작을 중단하기로 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 상당수가 올 하반기 중 출시 예정 게임을 축소하거나, 재편하는 형태로 슬림화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선 이같은 분위기가 올 3분기 이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산업이 상대적으로 경기침체 영향을 덜 받지만, 수출 산업인 데다 인력 구조가 대부분 고비용 상태로 운영된 탓이다. 여기에 국내 게임시장의 주력 상품인 모바일 게임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MMORPG를 제외하면 이미 해외 게임사에 잠식당해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높은 과금 허들에 지친 게임 이용자 또한 불과 1년새 300만명 가량 시장을 이탈, 게임사들 운신의 폭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 2년새 개발자 부족 탓에 과도하게 인건비를 끌어올리며 출혈 경쟁을 지속해온 것 역시 업계의 독이 된 모습이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베스파 또한 대형 게임사 수준의 급여와 직원 복지를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직원 전환배치를 공식화한 A 게임사 또한 내놓은 신작들이 줄줄이 실패, 높은 수준의 직원 복지에도 이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무리한 출시보다, 인력 재편을 통해 시간을 벌겠다는 게임사가 대부분"이라며 "올해 지스타 출품작 중 상당수는 출시일을 기약할 수 없는 콘솔 대작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도 아예 회사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면, 인력 재편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 판교 테크노밸리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노동조합이 형성돼 집단 행보에 나선지 오래다. 노조가 없는 게임사들까지 이들과 연계를 꾀하고 있어, 보릿고개를 앞둔 게임사 경영진들의 셈법도 복잡한 상황이다. 과거처럼 인력을 강제적으로 조정하거나, 업무에서 제외하는 형태로 구조 재편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때문에 회사 간 합병이나, 자회사 신설, 재무적 투자자를 엮는 지분 매각 등 구조 개편을 통해 인력을 조절하는 우회 방식까지 검토되고 있다. 중견게임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보다 인력을 재편하기 훨씬 어려워진 상황은 맞다"면서도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여러 비판을 받고 있지만, 우리가 미국 및 중국 게임사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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