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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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 기술은 연소 및 산업공정에서 배출된 CO2를 포집해 심부 지층에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전환해 활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2050년까지 전 세계 누적 CO2 배출량 감소에 CCUS 기술이 10%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CCUS 기술의 기여도는 18%로, 단일기술로는 가장 높은 감축 기여가 예상된다.


꿈틀대는 CCUS 시장, 선진국이 먼저 움직인다

CCUS는 1970년대부터 에너지, 석유화학, 정유업체 등에서 활용하기 시작한 기술이지만,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상용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CCUS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에 현실적인 대안이며, 자원순환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석탄발전소의 퇴출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 CCUS 기술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설비들을 단기간에 좌초자산으로 만들지 않고 기존 자산을 활용함으로써 발전과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CCUS의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며, CCUS가 기존 화석연료의 추가 개발과 기존 설비의 수명 연장, 신규 착공 등의 근거로 활용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이처럼 CCUS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있는 상황이지만,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CCUS 기술에 대한 세제 혜택과 법률 제정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도입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CCU 연료를 의무사용 재생연료 범위에 포함시켰고, EU 택소노미에서는 CCS를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인정한 바 있다. 미국은 45Q 텍스 크레딧(Tax Credit)을 개정해 탄소배출 감축 시 세금 혜택을 부여했으며,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발전과 산업 부문에서 CCS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존 45Q 텍스 크레딧보다 많은 CO2 1톤 당 85달러로 확대했다.


한국의 CCUS 시장 선점을 위한 제언

한국 정부는 동해와 서해 대륙붕의 탐사・시추를 통해 6억톤 이상의 CO2 저장소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톤당 30달러 이하의 CO2 포집 기술을 2040년까지 가격경쟁력을 갖는 CO2 활용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SK E&S, 삼성엔지니어링, GS칼텍스, 롯데케미칼 등 민간기업들도 해외 저장소를 확보해 CC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CCUS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선진국들이 선제적인 지원 정책을 펼침에 따라 기술개발과 사업 추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탄소중립의 판을 흔들 수 있는 CCU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정책적・산업적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기술적인 측면에서 CCS 비용 중에서 60~70%를 차지하는 CO2 포집 비용의 절감이 매우 중요하며, 1000톤/일 이상의 준상용급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성과 트랙레코드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는 2017년 포항해상에 저장 실증사업으로 100톤 주입을 성공한 것이 유일한 경험이며, 상용급으로 최소 3000톤/일 이상의 규모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이 CCUS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과 CCUS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안 마련도 필요하다. 일례로 전 세계적으로 CCUS 사업에서 CO2는 중요한 원료 물질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CO2를 폐기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CCUS 사업을 위해 CO2를 수송하거나 저장하는데 상대국과 협의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해외 CCS 사업을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에 대한 국내 감축량 산정 및 인증 방법론의 표준화도 필요하다. 

산업적 측면으로는 우리의 강점인 플랜트산업, 조선업, 건설업, 석유・가스산업의 경쟁력과 학계・연구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융합해 CCUS 신기술 아이템이 스타트업과 벤처 업계로 확산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CCUS 산업은 아직 상업화 초기단계로 선진국들도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기반의 벤처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CCUS는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며 좌초자산의 충격을 완화시키고 친환경 전력・에너지시스템으로의 전환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 줄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다. CCUS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브릿지(Bridge)' 기술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마음가짐으로 관련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글=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홍성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홍성준 책임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삼성SDI를 거쳐 2007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정책연구실에 재직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과 에너지기술 시나리오 분석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5~2017년 정책연구실장을 역임하였고 2020~2022년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근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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