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애플 제공

애플의 본격적인 인공지능(AI) 행보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6월 '세계 개발자 대회(WWDC)' 행사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 애플은 오는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연례행사인 'WWDC24'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개최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인 '애플 파크'에서 개발자와 학생을 위한 특별 대면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WWDC에서 애플은 아이폰의 최신 운영체재(OS)인 'iOS 18'과 더불어 'iPadOS', 'macOS', 'watchOS', 'tvOS', 'visionOS' 등의 업데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애플이 WWDC24 행사에서 'AI 아이폰'에 대한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하며 "올해 말 해당 분야에서 진행 중인 작업의 세부 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애플 소식통인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는 "이번 iOS 18 업데이트는 최초의 아이폰 이후 iOS에 대한 가장 큰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며 "주요 이벤트는 AI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업데이트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능보다는 일상 생활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AI 도구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월드와이드 디벨로퍼 릴레이션 담당 부사장인 수전 프레스콧(Susan Prescott)은 "WWDC24를 통해 기술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가득할 특별한 한 주를 보내며 전 세계 개발자들과 소통할 생각에 무척 기대된다"며 "WWDC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혁신적인 도구와 리소스를 제공해 놀라운 개발자들이 더욱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AI '우군 찾기' 나선 애플…속내는?

최근 애플은 생성형 AI 모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군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과 AI 모델 라이선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글 '제미나이'가 가장 유력한 협력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아이폰 운영체제 내에서 제미나이가 챗봇 등을 구동하고, 애플 자체 AI 엔진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전반에서 더 많은 백그라운드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를 위해 애플이 온디바이스 AI 성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아이폰 16' 시리즈에 탑재될 'A18 프로' 칩의 설계를 변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파트너사와의 구체적인 협업 조건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국과 유럽 당국이 두 회사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애플은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는 것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선 현지 규제 상황에 맞춰 바이두와 '어니봇' 탑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 듯이, 지역마다 다른 AI 모델을 탑재할 가능성도 있다. 또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규제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는 배경을 감안했을 때, AI 모델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iOS 17'이 탑재된 아이폰 15 /사진=애플 제공

애플은 그동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챗봇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사용자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더 이상 이를 무시하긴 어려운 입장이다. 파트너십을 통해 AI 챗봇을 도입할 경우 아직 생성형 AI가 가진 여러 문제들, 윤리적 이슈, 개인정보보호,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료 등 골치아픈 일들을 제3자에게 떠맡길 수 있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선 자체 AI 모델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당장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도 애플에겐 시간이 필요한 과제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은 AI 모델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막대한 물량의 AI 가속기를 구입하고 있으며, 현재 공급 부족으로 인해 도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AI 연산에 특화된 자체칩 개발에도 많은 역량을 쏟고 있지만, 아직까지 애플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진 않고 있다.

만에 하나 파트너십을 통한 AI 도입이 애플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최근 주가 흐름 등을 통해 나타난 AI 전략 부재에 대한 실망감을 애플도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 뛰는데 '겹악재'에 발목 잡힌 애플…반전카드 꺼내들까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올 1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갤럭시 AI'를 탑재하며 'AI 폰' 분야에서 한 발 빠른 발걸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행보는 갤럭시 S24 시리즈 출시 이후 초반 3주 판매량이 전작 대비 8% 증가하는 성과로 돌아왔다. 특히 애플의 앞마당인 북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애플은 AI 분야의 경쟁 상황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시장 부진,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 칼날이라는 여러 악재와 싸우고 있다. 아직 마땅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 이번 WWDC24에서 애플이 AI에 대한 어떤 로드맵을 공개할 지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 거먼 기자는 "애플은 WWDC24에서 iOS 18을 발표할 때 AI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는 기술이 어떻게 통합되어야 한다고 믿는지, 자사의 접근 방식이 경쟁사와 다른 이유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