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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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잔해들 위로 자막이 뜬다. 가까운 미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류는 우주로의 이주를 결정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공장 바닥에 부서진 로봇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불꽃이 일고 있다. 불꽃이 튀는 로봇 잔해들 사이로 짧은 단발머리에 전투용 슈트를 입은 여자가 쓰러져있다.

넷플릭스가 시각 장애인을 위해 영화 '정이'의 장면을 음성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30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오리지널 영화 '정이' 배리어프리 극장 상영회를 열었다. 넷플릭스는 시청 장벽을 허물기 위해 오디오 화면 해설 및 청각장애인용 자막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에 힘을 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주요 동영상서비스(OTT) 가운데 배리어프리 콘텐츠 제공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넷플릭스의 배리어프리 기능 및 사용법 등이 소개됐다. 시청각 장애인들의 콘텐츠 시청을 위한 주요 배리어프리 기능으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동작·표정·의상·배경·장면 등 모든 상황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오디오 화면 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해 등장인물·대사·소리 정보 등을 문자로 표시하는 청각 장애인용 자막 등이 있다.

특히 오디오 화면 해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기본으로 적용된다. 지금까지 오디오 화면 해설이 제공된 콘텐츠 재생 시간은 1만1000시간 이상에 달하며, 한국어를 포함해 33개 언어로 제공된다. 한국 콘텐츠에도 다양한 언어의 오디오 화면 해설이 지원된다.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배리어프리 기능 소개 공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배리어프리 기능 소개 공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배리어프리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화면 해설 가이드라인'도 제작하고 있다. '브리저튼' 시즌2 오디오 화면 해설에는 인종과 정체성, 머릿결, 피부 톤은 물론 시대상에 부합하는 가구와 식기류 등 소품에 대한 설명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숙련된 작가와 성우, 녹음 엔지니어 등도 배정했다.

공개되자마자 글로벌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이' 또한 마찬가지다. 주인공 '윤정이'의 동작과 표정, 의상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상황 설명을 위해 삽입된 텍스트 자막 또한 음성 화면 해설로 바뀌며 끊기지 않는 시청 경험을 제공했다. '윤정이'가 대사 없이 로봇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에서는 '로봇이 정이를 향해 조준한다. 정이는 숨죽이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 등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해설이 더해졌다. '인류가 아드리안 자치국을 선포했다' 등 자막이 등장할 땐 해설이 이를 언급하며 다시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상영회를 위해 화면 해설 검수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권순철 씨는 "화면해설 수요자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뜻깊은 행사로, 이번 배리어프리 상영회를 계기로 더욱 많은 분이 배리어프리 콘텐츠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검수한 청각장애인 최하늘 씨도 "'정이'의 배리어프리 기능은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섬세한 감정선도 고스란히 전달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전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과 특별함이 모두의 일상이 되도록, 앞으로도 배리어프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전하며 지속해서 발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