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가 올 7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띄우고 글로벌 AI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네이버 검색과 쇼핑 등 자체 서비스의 고도화와 더불어 신규 서비스의 안착, 나아가 기업시장(B2B)-글로벌 시장에서의 네이버 존재감도 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라는 신무기를 앞세워 미국-중국 인터넷 제국주의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AI 독립 투사 '하이퍼클로바X' 출격 임박 

올 7월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개발이 한창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는 지난 2021년 5월 공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 생성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하이퍼클로바의 강점은 한국에 최적화된 언어 모델로서, 네이버 뉴스, 블로그 등의 다량의 한국어 데이터를 통해 자연스러운 한국어, 법, 제도, 문화적 맥락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검색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최적의 경로를 안내하고, 검색의도와 결과를 더 잘 이해하고 신뢰성이 강조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 특히 이미지와 동영상, 음성 등의 형태로 검색어 입/출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추후 검색 서비스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검색과 쇼핑 등의 서비스에 적용해 활용하고 있고, 검색어를 교정하고 의도에 부합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지식 스니펫', 실제 쇼핑 MD처럼 기획전 주제와 상품을 선택해주는 '클로바MD', 음성을 기록하는 서비스인 '클로바 노트' 등을 통해 상용화를 이뤄냈다. 특히 클로바 MD는 상품과 판매자 선정에서부터 상품 배치까지 큐레이션 전반의 과정을 맡았는데, 사이트 방문자들의 상품 클릭률이 기존대비 26% 증가했다. 고객의 행동 패턴과 시장 트렌드를 분석해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기 전에 AI 가 먼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시하는 기능도 갖췄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2월부터 네이버 관계기업 대상으로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노 코드 개발 환경 프로그램인 클로바스튜디오를 시연하는 등 B2C-B2B 전방위로 AI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을 가동하기 위해서보다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구축 중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함께 AI 반도체 솔루션 연구를 협업, LLM 의 연산과 학습, 추론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면서 기존 GPU 대비 1/10 크기의 모델 사이즈, 4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가진 AI 반도체 솔루션을 구축 중이다. 또한 AI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고성능컴퓨팅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각 세종'도 올해 9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네이버 주요 서비스와 AI의 연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가 주력 서비스인 네이버쇼핑에 적용되면 학습된 데이터와 추론 능력을 기반으로, 스스로 고객을 분석하고 상품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에 AI 를 활용해 고객 선호에 맞춰 광고 지면을 구성하고 상품 기획, 재고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별로 맞춤화된 개별 광고 페이지를 제공하고, 구매 의도가 있는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 구매 전환률을 높일수 있고, 고객 입장에서는 쇼핑 시간과 검색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 역시 "하이퍼클로바X의 등장으로,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사업의 성장 보폭을 키우고 서비스 경쟁력을 전방위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신규 서비스의 성공률도 경쟁사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AI이노베이션센터장/사진=네이버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AI이노베이션센터장/사진=네이버

 


글로벌로 가는 네이버 AI...美-中 제국주의에 맞선다 

이미 일본 1위 메신저 '라인'의 글로벌 성공을 이뤄낸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앞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지난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네이버 챗GPT와 유사한 AI 모델을 미국 정부의 데이터 통제를 우려하는 해외 정부에 제공할 것"이라며  "아랍권 내 국가나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도 자체 정치 및 문화적 맥락에 맞춘 AI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멕시코, 스페인 등에 출시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범용 AI 모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현지화된 AI 애플리케이션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가를 위해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날 성 총괄은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와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마치 신냉전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며 "여러 국가가 보안 문제로 미국 클라우드와 AI 시스템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술 면에서 오픈AI의 챗GPT보다 약 8개월 뒤쳐져 있지만 한국 서비스 측면에서 챗GPT보다 훨씬 낫다"며 "당장은 하이퍼클로바X로 한국과 일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더 많은 국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역시 지난 8일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이퍼클로바X는 국내 기업간거래(B2B) 기업향으로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맞춤화와 데이터 관련 이슈를 보다 잘 해결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글로벌 B2B 시장 진출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네이버는 일본 국민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네이버웹툰 등 글로벌 시장 내 선도적인 콘텐츠 공급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얻어진 데이터를 대거 축적, AI에 접목하겠다는 각오다. 구글-MS에 크게 밀리지 않는 데이터를 확충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이미 비즈니스 채팅 시장에서 라인웍스가 매출 점유율 33.6%로 굳건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인웍스에 클로바, 파파고, 웨일에 이어 AI까지 더해질 경우, 일본 SaaS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 서치GPT 도입 후 당장은 국내 커머스와 광고, 컨텐츠 순으로 P 상승 효과 이어질 것"이라며 "네이버는 일본과 아시아권에 상당한 데이터를 갖고 있어, MS-구글에 밀리지 않는 AI 서비스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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