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보이려는 AI 기반 키워드 추천 서비스에 대해 정치권이 '실검 부활'이 아니냐며 공세를 펴고 있다. 정치적 이슈가 있을때마다 공격을 당해 결국 '실검' 서비스까지 폐지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번에도 정치라는 벽에 막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지도 못할 위기에 빠졌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들이 AI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시점에 정치권이 또다시 국가대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테크M은 정치권의 포털 공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정부와 여당이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대 포털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실검 부활'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여당은 "돈벌이를 위한 여론 조작"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연이은 압박에 표적이 된 뉴스 서비스는 댓글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고, 키워드 서비스 도입은 좌초 위기에 빠지는 등 양대 포털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적 낙인'으로 인해 기업 사업성이 침해되는 사례가 반복, 생존 위기감이 커지면서다. 게다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발빠르게 내놓고 있는 상황. 자칫 정치권의 '몽니'에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포털 독립'을 일궈낸 국가대표 IT기업들의 경쟁력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연일 네이버·카카오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포털위원회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추진하고 있는 키워드 추천 서비스를 겨냥하며 "돈벌이를 위해 여론 조작과 선전 선동을 노리는 세력들에게 놀이터를 다시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키워드 추천은 '실검' 아닌데...또 '실검' 들먹이는 정치권

포털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실검은 '돈벌이 수단'이 아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이 특정 검색어의 순위를 올리고 내리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임명 국면에서 '조국 힘내세요' 등이 실검 순위에 오르자,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듬해 여야는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검조작 금지법을 합의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개편에도 정치적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에는 급상승 트래킹 히스토리 서비스를 오픈해 검색어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래프로 보여줬다. 또한 지난 2018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급상승 검색어로 서비스 명칭을 바꾸면서 선정 기준을 세분화·구체화했다. 2019년에는 실검을 개편하면서 연령부터 관심사까지 설정해 맞춤형 실검 서비스를 선보였다. 정치 이야기나 기업 광고를 보기 싫다면 관련 항목 관심도를 낮추면 됐다. 

다음 운영사 카카오 또한 마찬가지다. 2018년 실시간 이슈 검색 서비스 즉 '실검 순위'를 폐지하고, 연예 기사를 시작으로 댓글 작성 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카카오톡에서 보여지는 실검 서비스를, 다음에선 인물 관련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2020년 실검 서비스 폐지를 결정했다.

관심사 등을 설정할 수 있었던 네이버 실검 서비스
관심사 등을 설정할 수 있었던 네이버 실검 서비스

'키워드 추천'은 돈벌이 아니다...AI 시대 대응 전략

"돈벌이에 눈이 멀어 실검 오남용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포털의 억울함만 키웠다. 실검 마케팅을 추진하는 주체는 각 개별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이미 네이버·카카오가 쇼핑·콘텐츠·핀테크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단순 검색 광고 수익을 넘어서고 있었다. 2020년 실검 서비스 폐지 당시, 카카오 콘텐츠 매출은 전체 49%를 차지했다. 2021년 네이버가 실검 서비스 종료를 알릴 당시에도 커머스·콘텐츠·핀테크·클라우드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이 49%에 달했다.   

당시 양대 포털은 실검·뉴스 트래픽으로 부담을 키우기보단 쇼핑·콘텐츠·기술 플랫폼 역할에 더 집중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다음(카카오) 실검 서비스가 15년만에, 2021년 네이버 실검 서비스는 16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양사는 실검 대신 신사업에 주력했다. 이는 실적으로 연결됐다. 지난해 네이버 매출 성장세는 검색(7.9%↑), 커머스(21%↑), 핀테크(21.2%↑), 콘텐츠(91.3%↑)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카카오 매출은 카카오톡·모빌리티·페이 등 플랫폼(15%↑), 콘텐츠(15%↑) 등으로 나타났다.  여러 사업 분야의 고른 성장이 도드라진다.

올해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확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었다. 네이버는 PC 메인 화면을 3년만에 모바일 화면과 비슷하게 개편했다. 카카오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포털 다음을 새단장하며 신규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키워드 추천 서비스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하는 형태의 서비스는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정치적 낙인'의 굴레는 반복돼왔지만, 결국 기업의 성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서비스 시작 전에 이거 해라, 저거해라는 식의 정치권 간섭이 들어오면 기업은 사업 동력을 잃게된다"며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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