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 산업은 선진국형 비즈니스…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성장
SaaS 산업, IT 개방성이 높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바텀업 확산
향후 중견·대기업 SaaS 개방성 높아진다면 SaaS 산업 빠르게 성장
버티컬 B2B SaaS 및 본투글로벌 SaaS의 성공사례 등장에 주목

김우진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우진 님 / 캐리커처=디미닛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스타트업계에서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들의 등장이 가속화됐다. 덩달아 벤처캐피탈(VC)의 관심도 점차 높아졌다. 특히,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의 70% 가 기업 간 거래(B2B) 영역, 이 중 80%가 SaaS 영역에서 탄생한만큼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 비율이 높아지는 환경 속에 국내에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SaaS 산업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SaaS 산업은 '선진국형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SaaS 산업의 성장은 국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빠른 경제 성장 이후 생산 가능 인구 감소,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한 높아지는 인건비로 인해 기업은 단순 매출 성장을 넘어 비용효율화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시스템 통합(SI) 외주 개발이나 자체 개발보다 인증된 퀄리티, 그리고 구독 모델이나 종량제 등과 같은 합리적 비용 구조를 지닌 SaaS 수요가 증가한다.

또한, 정보통신(IT) 성숙도가 비교적 높은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은 SaaS 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된다. 통상적으로 국가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이전까지는 대기업 중심의 인재 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창업률이 감소하지만, 혁신 스타트업의 창업률은 GDP가 3만달러를 돌파하는 기점으로 높아진다. 또한 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도 늘어난다. SaaS 산업은 본질적으로 기존의 업무 관습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만큼 대기업이나 공공 분야부터 시작되는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는 IT 개방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바텀업(bottom-up)'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커머스·플랫폼 대비 매출 증대 속도 다소 아쉬울 수도

이러한 이유로 실제 코로나 이후 몇몇 B2B SaaS 스타트업에는 뭉칫돈이 몰리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바이럴 마케팅 등으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소비자 거래(B2C) 비즈니스와 달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통상 영업이 수반되는 B2B 비즈니스의 특성 상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은 아직 열손가락 내 꼽힌다.

또한, 모바일 앱 대비 초기 개발 기간이 비교적 길고, 지티엠(GTM, go-to-market) 단계에서도 판로 개척 및 영업 고도화에 시간이 필요한 B2B SaaS 스타트업들은 폭발적인 거래액 증가를 기반으로 매출의 볼륨을 만들 수 있었던 기존 커머스나 플랫폼 대비하여 매출 증대의 속도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물론 B2B SaaS 기업은 시장 내 성공적으로 안착 시 기업 대상으로 락인(lock-in) 효과와 구독 모델 등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가능하다는 점, 무엇보다 인건비가 수반되는 구축형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확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타 산업 대비 효율적인 이익 구조를 지녔기에 여전히 매력적이며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픈 이노베이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대기업 중심 변화의 물결 가속화

아직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국내 B2B SaaS 스타트업과 시장, 과연 2024년에는 어떤 흐름이 펼쳐질까? 2000년대 중반부터 클라우드 보급이 시작된 미국과는 다르게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율은 2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중 32위에 불과하다. 또한, 기존 온프레미스(on-premise) 기반의 구축형 소프트웨어의 레거시가 없어 빠르게 SaaS 로의 디지털 전환이 일어날 수 있던 몇몇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1990년 후반부터 정부의 투자가 이어진 'IT 강국'으로서 오히려 구축형 소프트웨어가 대기업들의 레거시로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나아가, 아직 클라우드 환경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정부와 엔터프라이즈 내 기존 보안 정책으로 인해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이 SaaS 형태의 제품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초반부터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이러한 기술적 혹은 정책적 진입장벽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고유의 거버넌스 체계 역시 SaaS 전환이 늦어지는 이유일 수 있다. 대부분의 중견·대기업 내 SI 계열사는 기업 승계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계열사 간의 IT 프로젝트는 해당 SI 계열사가 수주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가속화되고 있는만큼 향후 중견·대기업들이 SaaS에 대한 니즈와 개방성이 높아진다면 국내 SaaS 산업 규모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은 있다.


B2B 버티컬 SaaS, 본투글로벌 SaaS 유리할 것으로 전망

2022년 중순부터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금 조달의 비용과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에게 초기부터 빠르게 자생 가능한 현금 창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제품 중심의 마케팅만으로 도입이 어려운, 즉 영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B2B SaaS의 경우 특정 산업 영역에 집중해 해결 가치가 큰 문제를 정확히 파악, 해결하는 솔루션 개발을 통해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초반부터 기존 SI 사업과 비슷한 접근법으로 매출을 창출하면서 점차 SaaS화를 시도하는 노력이 주효하다. 국내 전통 산업 영역의 디지털 전환의 기회는 풍부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뿐만 아니라 기존 관습과 레거시 소프트웨어를 효율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버티컬 영역의 B2B SaaS 뿐만 아니라 '본투글로벌' 스타 SaaS 스타트업의 탄생도 기대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한 글로벌 SaaS 스타트업들은 제품 주도 성장(Product-led Growth)이라는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이 아닌 웹(web) 상에서의 제품 중심 마케팅·바이럴과 쉬운 도입과 사용을 통해 성장해왔다.

대면 영업과 커스텀 구축 없이 도입이 되는 제품의 경우, 보통 영업 중심의 B2B 제품 대비하여 초기 도입 단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빠르게 더욱 많은 고객을 효율적으로 확보함과 동시에 기존 고객사들로부터 더욱 높은 객단가를 받아내는 업셀(upsell)이 매우 중요하다.


생성 AI, 개발 및 제품 효용 측면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SaaS 개방성 관점에서 아직 초기인 국내에서는 이러한 제품 주도 성장망으로는 B2B 시장에서 단기간의 유의미한 규모를 만들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초기부터 '본투글로벌'의 마인드셋으로 미국, 일본 등과 같은 큰 규모의 시장을 중심으로 두거나, 글로벌 확장성을 염두해 제품 개발과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생성 인공지능(AI)은 SaaS 시장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B2B SaaS는 업무 생산성을 높여주거나 프로세스 최적화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만큼 제품 효용 측면에서 생성 AI가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다만, 생성 AI 붐으로 인해 고객에게 실제 제공되는 가치보다는 기술 자체를 적용하는데 의의를 둔다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높다.

생성 AI는 높은 개발 비용이 필수적이었던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기존 대비 훨씬 적은 개발 공수로 초기 제품의 개발과 가설검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존 SaaS 회사들도 내부 개발 프로세스 내 AI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훨씬 더 비용 효율적인 비즈니스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글=김우진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우진 대표는?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비즈니스캔버스'의 공동창업가이자 대표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재무/회계 등 경영학을 전공했고,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국내 대기업들의 디지털전환(DT/DX) 전략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며 다양한 산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매력에 빠진 이후, 비즈니스캔버스를 창업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