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성공적인 스타트업들 대다수는 커머스를 포함한 국내형 플랫폼 시장에서 탄생
플랫폼 중심 기업-소비자 거래(B2C)에서 점차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 비중 높아질 것
국내 스타트업들, 시장 규모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인 진출 시도할 것

김우진 님 / 캐리커처=디미닛
김우진 님 / 캐리커처=디미닛

2022년 중순 이후부터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상황과 맞물려 국내 스타트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하여 높아진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 그로 인해 상승한 금리는 더 이상 대체투자 시장에서 스타트업·벤처캐피탈(VC) 투자가 이전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게 됐다.

더욱이 벤처기업이 닷컴버블로 막을 내린 2000년대 초반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스타트업으로 리브랜딩되면서 생겨난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쩌면 지난해까지 지난 10년 간의 챕터 1을 끝냈다고 생각한다.

몇몇 유니콘 신화가 생겨났고, 또 몇몇은 아쉬움을 남겼다. 매출을 넘어 영업이익까지, 나아가 지속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10년 간의 실제 사례들을 통해 위탁운용사(GP)뿐만 아니라 자산가(LP)들도 경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끝을 모르게 상승했던 스타트업 기업가치는 일시적 경제 불황을 넘어 패러다임의 변화로써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즉, 스타트업에게 자금조달의 비용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으며, 오히려 호황기에 높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을 받은 기업들은 다운라운드(낮아진 기업가치로 투자유치를 하는 라운드)를 감수하면서 생존을 위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혁신창업으로의 정부 투자는 지속될 것

폭풍 같았던 10년의 챕터 1을 마무리하면서, 스타트업 다음 챕터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 먼저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 스타트업지놈이 발표한 '2023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정부 투자로 서울의 창업생태계는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고용창출 기준에서도 2021년 기준 벤처·스타트업 종사자는 72만2000여명으로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종사자(약 72만명)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는 결코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 입증된 U자형 곡선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에서 4만달러로 성장을 위해 혁신창업으로의 정부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모태펀드를 비롯해 정부 주도로 형성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금은 쉽게 급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챕터 2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

먼저 국내 스타트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모바일앱, 플랫폼 중심의 기업-소비자 거래(B2C) 비즈니스에서 점차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혁명 등 기술의 변곡점에서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기술 수용력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B2C 비즈니스와는 달리, B2B 비즈니스는 성장 속도 면에서는 덜 매력적일 수 있다.

다만, 최근 스타트업에게 지적되는 현금흐름의 창출 측면에서 B2B 비즈니스는 우위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 성장의 침체와 맞물려 많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니즈가 커짐에 따라 국내 B2B 산업은 장기적으로는 더욱 성장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미국 유니콘 스타트업의 80%는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이고, 일본 스타트업의 대다수도 B2C 보다는 B2B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커머스와 플랫폼에서 딥테크와 소프트웨어로

한국 스타트업계의 지난 10년 동안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대다수는 커머스를 포함한 국내형 플랫폼 시장에서 탄생했다. 플랫폼 시장의 특성은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야만하는 '승자독식시장'이며, 엄청난 투자금을 그야말로 '태워가며'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 불확실한 상황에서 속도를 효율보다 우위에 두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무한경쟁 끝에, 현재 각각의 큰 시장은 어느 정도 승자가 가려지며 통합돼가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큰 시장의 승자가 결정됨에 따라, 이렇게 탄생한 거인들은 시장 규모는 덜 크더라도 매력적인 인접시장에서도 우위를 가져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기술력과 이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등으로 진입 장벽을 쌓을 수 있는, 글로벌 확장성을 가진 딥테크와 소프트웨어 분야의 스타트업이 더욱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성장해온 B2B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보편적인 산업 및 업종에서 사용 가능한 호리존탈(Horizontal) 영역은 이미 선점된 경향이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업종 및 직군의 업무에 특화하여 가치를 제공하는 버티컬(Vertical) 영역의 소프트웨어들이 빠르게 성장해왔다.

다만,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 맞이한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점차 하나에만 특화하여 성장해온 스타트업들은 점차 어려워지는 자금 조달에 맞서기 위하여 적은 수의 기업군을 상대하는 만큼 가격 인상의 압박에 직면했고, 이에 반해 낮아지는 기업 고객의 구매력으로 인하여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하나의 제품에만 집중하라"라는 기존 스타트업의 만트라(Mantra)와는 달리, 한 스타트업이 여러 다른 포인트 프로덕트들을 개발·운영하며 번들링·크로스셀링을 통해 가격적 우위를 선점, 고객획득비용를 낮추는 비용효율적 운영을 하는 컴파운드(복합)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인구 절벽이 예상되는 한국 시장을 넘어, 점차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시장 규모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많은 VC 역시 이제는 투자하는 스타트업 팀들에 있어 글로벌 역량과 의지를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글=김우진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김우진 대표는?
기업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비즈니스캔버스'의 공동창업가이자 대표이다.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재무/회계 등 경영학을 전공했고,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며 국내 대기업들의 디지털전환(DT/DX) 전략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며 다양한 산업 경험을 쌓았다. 이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의 최고전략책임자(CSO)로 근무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매력에 빠진 이후, 비즈니스캔버스를 창업해 국내외를 넘나들며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